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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신방겸영과 금산분리

등록 2009-07-26 19:14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이명박 정부는 경제를 살린다면서 규제완화, 칸막이 제거에 열심이다. 불필요한 칸막이는 제거하는 게 옳지만 방화벽을 허물어서는 안 된다. 일식이 있던 지난 22일 한나라당은 미디어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을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날치기 통과시켰다. 하늘도 흐려지고, 나라의 장래도 흐려진 날이었다. 미디어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의 공통점은 꼭 필요한 방화벽을 무모하게 허문 것이다.

미디어법의 핵심은 신방겸영(신문과 방송 겸영)의 허용이고, 한마디로 말해서 조중동 신문과 재벌의 방송 진출 허용이다. 이로써 우리 국민은 아침에는 조중동 신문을 보고, 저녁에는 조중동 뉴스를 듣게 생겼다. 지금까지는 조중동의 극단적 보수성을 방송이 조금이나마 중화시켜 왔는데, 앞으로는 보수 일변도의 획일적 여론이 지배할 것이다. 그러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는 누가 대변해줄 것인가. 이는 칸막이 제거가 아니고, 방화벽 허물기다.

다양한 여론은 민주주의의 기본이요, 국가의 중요한 공공재다.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이 여론의 독과점을 막는 장치를 갖고 있다. 그만큼 민주주의 사회에서 여론의 다양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미디어법에 의하면 신문사를 2개 이상 소유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지방 신문이 중앙지에 인수합병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노르웨이는 인구 430만명에 신문이 84개나 된다. 그 이유는 정부가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군소 신문사에 보조를 해주기 때문이다. 일종의 공공재인 여론의 다양성은 시장에 방치하면 충분히 생산되지 않으므로 군소 언론사에 대한 국가의 보조는 타당하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한나라당은 미디어법을 무기로 여론 다양성이란 공공재를 파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삼성특혜법이라 불리는 금융지주회사법은 충분히 논의되지도 않았는데, 왜 갑자기 미디어법과 함께 직권상정했는지 저의가 의심스럽다. 작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금산분리(금융과 산업 분리) 강화는 세계적 추세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달 발표한 금융보고서에서 “금산분리 정책은 재확인되고 강화돼야 한다”고 선언하지 않았나.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면 대출의 객관성·공정성이 저해되므로 금산분리는 필수적 방화벽인데 유독 대한민국 국회는 세계 추세를 거슬러서 방화벽을 허물고 있다. 한나라당은 입으로는 경제 살리기를 말하지만 금융지주회사법의 저의는 특정 재벌의 이익 지키기에 있음이 너무나 명백하다. 달이 일시적으로 해를 가릴 수는 있지만 궤변이 진리를 이길 수는 없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2% 부동산 부자를 위해 종부세를 무력화시키더니 이번에는 조중동과 재벌을 위해 민주주의를 팽개쳤다. 국회의원이 말인즉슨 국민의 공복일진대, 국익은 안중에 없고 극소수의 강자, 부자의 사익 지키기에만 열심인 집단은 공복이 아니라 사복이다. 국회를 떠나야 하는 것은 민주당이 아니라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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