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쌍용차, 크라이슬러, 새턴

등록 2009-08-09 17:48수정 2009-08-09 20:16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쌍용차 사태가 77일 만에 노사 타협으로 일단 파국은 면했다. 그러나 다수 노동자가 구속됐고, 회사의 회생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정리해고다. 어려움에 처한 회사의 구조조정 수단으로 정리해고를 주로 택하는 나라가 미국인데 그 효과는 미지수다. 정리해고 과정의 정당성도 문제가 된다. 이번 파업에 가담했던 한 노조원은 인터뷰에서 “20년을 열심히 일했는데 갑작스런 정리해고가 부당하고 너무 억울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억울함이 단전, 단수에 최루액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최악의 상황에도 77일을 버티게 한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원래 정리해고에는 네 가지 요건이 있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 회피 노력, 대상자의 공정한 선정, 노조 또는 노동자 대표와의 협의가 그것이다. 일단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인정되지만 나머지 세 요건을 충족시켰는지는 의문이고, 그것이 다수의 억울한 사람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1978년 미국의 3대 자동차회사인 크라이슬러가 위기에 빠졌을 때 구원투수가 리 아이어코카였다. 아이어코카는 원래 로버트 맥나마라(본 난 2009.7.20 ‘맥나마라의 추억’ 참조)가 케네디에 의해 국방장관으로 발탁되자 그 뒤를 이어 포드자동차 사장이 된 사람이다. 그는 1960년대 초 개발한 스포츠카 ‘머스탱’으로 이름을 날렸고, 경영도 아주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포드 2세 회장과의 불화 때문에 하루아침에 해직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가 연봉 36만달러 중 1달러만 받기로 하고 크라이슬러 구원에 나섰다. 그를 보고 감동한 유명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는 출연료 1달러만 받고 광고에 나섰다. 아이어코카의 노력은 정부로부터 20억달러의 융자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불과 5년 뒤 크라이슬러는 7억달러라는 큰 이익을 냈고, 빚을 앞당겨 모두 갚았다. 쌍용차 경영진은 아이어코카의 자세를 배울 필요가 있다.

1985년 지엠(GM)은 막강한 미국 자동차노조와 합의 각서를 쓰고 남부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새턴이란 새 공장을 열었다. 이곳은 미시간주 지엠 공장과는 철학이 달랐다. 새턴의 기본철학 1조는 ‘모든 노동자들은 원래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책임감 있고 사려 깊은 사람들이다’이며, 경영 십계명에는 ‘노동조합도 경영에 참가해 더 큰 성과를 낸다’고 되어 있다. 노조위원장 마이클 베넷은 원래 급진적·전투적 노조위원장이었는데, 새턴에 와서는 딴사람이 됐다. 그는 ‘새턴은 노조가 훌륭한 사업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스킵 르포브 사장은 무노조 경영을 선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새턴의 노조라면 오히려 노조와 함께 경영하는 편을 택하겠다”고 답했다.

77일 만에 손을 맞잡은 쌍용차 노사가 지금의 감동을 살려 빈사상태의 회사를 살리는 기적을 일궈내기를 기대해본다. 사람이 억울하면 결사항쟁을 하고, 사람이 감동하면 하늘도 움직일 수 있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