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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의술 선진, 의료 후진 미국의 두 얼굴

등록 2009-08-16 21:06수정 2009-08-16 21:06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지금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잉글우드시 체육관에서는 무료진료 행사가 8일간 벌어지고 있다. 무료진료를 받으려는 환자들이 새벽 3시부터 장사진을 이루었고, 한밤중에 와서 줄을 선 사람들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경제 최강, 군사 최강, 의학 최강의 나라 미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까? 제도가 잘못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생하고, 얼마나 많은 자원이 낭비되는지를 미국이 잘 보여준다.

미국은 국민소득 중 의료비 지출이 14%로서 세계 1등이다. 2등은 독일로서 10%이니 미국이 단연 최고다. 국민 1인당 의료비 지출액도 1년에 5600달러로서 세계 1위다. 선진국 평균값 2400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세계 최고의 의술과, 세계 최고의 의료비 지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건강지표는 좋지 않다. 평균수명과 사망률 지표에서 미국은 세계 29위이고, 신생아 기대여명은 78살로서 세계 44위에 불과하다. 왜 이런가?

이유는 잘못된 의료제도에 있다. 미국은 선진국 중 국민의료보험이 없는 유일한 나라다. 미국에서 의료보험이 없는 국민이 5000만명으로 인구의 17%나 된다. 의료비가 워낙 비싸서 의료보험 없는 사람이 큰 병이라도 걸리면 그것은 곧 파산을 의미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개인파산 이유 1위가 의료비다. 의료비 부담을 공공과 개인으로 나누면, 선진국에서는 공공부담 비율이 평균 75%이고, 북유럽에서는 85%에 달한다. 즉, 의료비 대부분을 국가가 부담하므로 개인의 부담은 낮다. 그러나 선진국 중 예외가 미국이다. 미국 의료비의 공공부담 비율은 42%밖에 안 된다. 개인이 58%를 부담한다는 뜻이다. 의료계는 1980년대 레이건 이후 시장만능주의가 침식해 들어오면서 ‘의료-산업 복합체’가 지배하는 공룡이 돼버렸다. 지금 미국 의료는 돈이 지배하는 산업이요, 돈 없는 환자는 병원에서 쫓겨나고 있다. 의료에 관한 한 우리는 미국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미국의 명감독 마이클 무어는 2년 전 <식코>라는 영화에서 미국 의료제도의 모순을 파헤쳤다. 그는 미국과 비교하기 위해 캐나다, 영국, 프랑스, 쿠바의 병원을 찾아갔다. 이들 나라에서 병원비는 무료거나 거의 무료에 가깝다. 마이클 무어가 찾아간 영국 병원에는 원무과가 아예 없다. 금전출납계가 있기는 한데, 돈을 받는 곳이 아니고, 퇴원하는 가난한 환자에게 집에 갈 교통비를 대주는 곳이다. 미국에서 한 알에 120달러짜리 천식약이 쿠바에서는 단돈 5센트다.

1992년 클린턴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부인 힐러리를 위원장에 임명하여 의료제도 개혁에 나섰으나 ‘의료개혁=사회주의’라고 공격하는 기득권층에 밀려 실패하고 말았다. 오바마가 다시 의료개혁의 칼을 뽑았는데, 이번에는 과연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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