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어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이 끝났다. 불과 석 달 사이에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두 대통령이 연이어 우리 곁을 떠났다. 두 분은 공통점이 많다. 두 분은 꽃을 좋아했다. 올해 5월1일 일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마당에 영산홍과 철쭉꽃이 핀 것을 보면서 “꽃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썼다. 두 분은 꽃을 좋아했지만 꽃보다는 사람을 더 사랑했고, 특히 약자에 대한 연민이 많았고 눈물이 많았다. 그래서 당연히 경제정책도 약자 위주로 가고, 따라서 소득분배 개선, 빈곤 축소가 기대되었는데, 결과는 반대다. 오히려 김대중, 노무현 시대에 소득분배는 악화하고, 빈곤은 늘어났다. 왜 그런가? 보수 쪽에서는 정책이 분배 위주로 가서 실패한 거라고 주장한다. ‘좌파’, ‘분배주의’라는 딱지가 보수언론의 단골 메뉴였고, “분배에 치중하다가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고 하는 표현이 보수언론의 애창곡이었다. 그래서 유행한 말이 ‘잃어버린 10년’이었다. 다른 한편 진보 쪽에서는 분배정책을 쓰지 않고, 성장지상주의, 시장만능주의를 추종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왔다고 해석한다. 본격적 분배정책을 기대했는데, 집권 후 엉뚱한 방향으로 갔다고 섭섭함을 감추지 않는다. 이처럼 양쪽의 평가는 하늘과 땅처럼 벌어져 있다. 정확한 평가는 무엇인가? 방향은 옳았고, 노력도 꽤 하긴 했는데, 충분치 못했다. 김대중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하고 복지 지출을 늘리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다. 노무현 정부도 동반성장을 내세우면서 경제예산을 줄이고 복지예산을 늘렸다. 경제예산과 복지예산의 비율이 참여정부 첫해에는 28 : 20이었는데, 마지막 해에는 20 : 28로 역전되었다.(참고로 선진국 평균은 경제예산 10%, 복지예산 50% 정도다) 그리하여 정부가 갖는 소득재분배 효과가 역대 정부에서는 시장소득 불평등의 3% 축소에 그치던 것이, 국민의 정부에서는 6%, 참여정부 9%로 조금씩 높아졌다. 그러나 선진국 정부가 갖는 소득재분배 효과가 평균 42%인 것과 비교하면 6~9%라는 값은 여전히 부끄러울 정도다. 또 하나는 이 시기가 세계적으로 시장만능주의가 팽배하고, 불평등이 심화하던 시대였다는 배경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복지국가가 확립된 소수의 나라를 제외하고 많은 나라에서 분배가 악화했다. 미국에서는 클린턴이 8년간 집권해서 공화당의 부자 중심 정책을 탈피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시장의 힘에 저항했으나 분배 상태가 현상 유지에 그쳤을 뿐, 개선까지는 가지 못했던 것을 보라. 더구나 한국은 분배를 입에 담으면 좌파로 몰아세우는, 특이한 성장지상주의 국가가 아닌가. 10년간 이 정도 노력한 것도 한국 상황에서는 꽤 안간힘을 쓴 것이다. 분배를 위한 노력 ‘때문에’ 분배가 악화한 게 아니고, 분배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분배가 악화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분배 개선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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