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2008년 가을 미국의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경제 불황이 2년이 다 돼간다. 자칫 제2의 세계 대공황이 될 뻔했던 경제위기를 그런대로 현재 수준으로 방어해낸 것은 주요 선진국들과 신흥국들이 최초로 국제공조에 나선 덕분이다. 각국이 채택한 경기부양 수단은 표준적인 금융·재정정책이다. 금융면에서는 주요국들이 금리를 거의 제로 금리 가까이 인하했다. 재정면에서는 감세와 정부지출 확대, 부도난 금융기관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있었다.
그 결과 주요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의 평균 9%로 치솟았다. 이 비율의 안정성 기준을 대체로 3%라고 본다면 최근 여러 나라의 재정적자는 기준을 크게 초과했음을 알 수 있다.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 소위 피그스 국가들이 국가신용도가 급락하여 국가부도 일보직전까지 내몰린 것도 바로 이 문제 때문이다. 화급성이 조금 덜하다 뿐이지 영국, 미국, 일본도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하기 짝이 없다.
재정적자가 누적되면서 당연히 국가부채 규모도 급증했다. 2008년 이전 주요 선진국의 평균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 대비 80% 수준이던 것이 지금은 100% 수준으로 높아졌고,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2014년에는 120%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확실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이 비율이 100%를 넘으면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이 어렵다고 한다.
과연 이 시점에서 경기부양 정책을 계속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의 누적이 장기적으로 국민경제에 끼칠 부작용을 생각해서 지금쯤은 긴축정책으로 전환하는 소위 ‘출구전략’을 쓰는 것이 옳은지 하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성장률이 최악을 지나 다소 회복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피그스 국가의 재정위기가 이 논쟁을 촉발시켰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FT)가 최근 연속 특집을 낼 만큼 이 문제는 세계적 현안이 되고 있다.
피그스 국가들의 국가부도 위기 이후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은 경기부양보다는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 일본 등도 일부 긴축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그러니 현재로서는 미국이 유일하게 경기부양 지속을 주장하는 외로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출구전략을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쪽에는 폴 크루그먼, 브래드 드롱 등 케인스학파 경제학자들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있다. 그 반면 재정 보수주의를 강조하는 케네스 로고프, 닐 퍼거슨, 유럽중앙은행(ECB)의 트리셰 총재 등은 출구전략 채택을 주장한다.
출구전략 지지자들의 대표적 이론은 소위 ‘리카도의 동등성’ 가설이다. 재정지출 확대는 장차 세금 증가를 예상한 민간의 지출 감소로 이어지므로 결국 효과가 없다는 이 가설은 아직 타당성이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보수적 경제학자들에 의해 금과옥조로 여겨지고 있다. 출구전략을 언제, 어떻게 쓸 것이냐, 이 문제가 올 11월 서울에서 열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주요 의제가 될 것이므로 우리도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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