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던 그리스, 스페인 등 이른바 피그스 국가들의 재정적자 문제가 알고 보니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재정은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상당히 건전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의 35% 수준이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5%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재정은 속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성남시가 지급유예를 선언하면서 이 문제가 불거졌지만 실은 성남시보다 더 열악한 재정 상태인 지방정부가 많다.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는 최근 52% 수준으로 떨어졌고, 심지어 공무원들 봉급 주기가 벅찬 허약한 지방정부도 적지 않다. 재정적자의 근본 원인은 이명박 정부의 무리한 부자 감세, 4대강 개발사업이고, 종합부동산세 무력화로 인한 지방교부금 축소도 큰 요인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대통령이 지방정부의 재정 조기집행을 독려한 것도 적자 누적에 일조했다. 지방정부들이 다투어 호화 청사를 짓고 명목뿐인 각종 축제를 벌인 것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외국에도 지방재정이 파산한 곳이 적지 않다. 한때 ‘유바리 국제판타스틱영화제’로 이름을 날린 일본 홋카이도의 유바리시는 탄광도시에서 관광도시로 변신하기 위해 리조트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등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하다가 2006년 파산하고 말았다. 그 뒤 버스요금이 400엔에서 1200엔으로 오르고, 학교가 통폐합되고 공공도서관이 문을 닫았다. 파산 당시 12만명이던 유바리시 인구는 1만명으로 줄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한때 살기 좋은 곳의 대명사였으나 지금은 재정위기에 빠져 교육, 보건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심지어 교도소 수감자들을 조기 석방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비슷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주가 일리노이, 플로리다 등 9개나 더 있고, 이들 주의 주민 수가 미국 인구의 3분의 1이 되니 미국의 지방재정은 전체적으로 위기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입에 맞춰 지출을 하는 가계와 달리 정부는 수입 이상의 지출을 해도 당장은 별문제가 없다. 채권 발행으로 지출을 충당할 수 있고, 부채가 누적되면 장차 후손들이 세금을 내서 갚을 것이란 기댈 언덕이 있으니 정부의 재정운용에는 긴장감이 없다. 이는 과거 사회주의하에서 기업 적자를 중앙정부가 메워주던 구조를 연상시킨다. 이를 가리켜 헝가리 출신의 경제학자 야노시 코르너이는 연성예산제약(soft budget constraint)이라 이름 붙이고, 자본주의 기업의 경성예산제약과 대비시켰다. 연성예산제약은 방만한 기업운용을 가져와 결국 사회주의 몰락의 원인이 되었는데, 지금 우리나라와 각국 지방정부의 재정위기 상황을 보면 연성예산제약이 비단 사회주의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문제의 해결은 결국 감세 철회, 불요불급한 지출의 억제, 감시 강화, 국세의 지방세 전환 등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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