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2차대전 후 미국의 실업률 최고기록은 10%다. 첫 번째는 레이건 정권 때였고, 두번째는 현재 오바마 정권에서다. 얼마 전까지 조금씩 내려오던 실업률이 최근 발표된 8월 통계에는 다시 9.6%로 높아졌다. 여론조사를 보면 올 11월 미국 중간선거의 최대 쟁점은 경제와 실업이라 하는데, 고실업은 오바마와 민주당에 아주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은 단기간에 실업률을 10%에서 6%로 떨어뜨렸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최고 역점사업을 일자리 만들기라고 선언했음에도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원래 미국의 노동시장은 유연성이 높아서 불황이 오더라도 고실업이 없고, 또 고실업이 있다 해도 오래가지 않는 특징이 있다. 미국 노동시장은 해고가 자유로운 대신 신규 채용도 활발해서 실업률이 낮은 경향이 있다. 그에 반해 유럽 노동시장은 각종 노동자 보호장치가 강력해서 노동자들을 해고하기 어렵고, 따라서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의 신규 채용을 꺼리는 바람에 고실업이 나타나기 쉽다. 미국과 유럽은 실업률에서 큰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실업의 내용에서도 미국은 단기 실업이 많은 반면 유럽은 장기 실업이 많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미국은 ‘거대한 일자리 기계’(the great job machine)인 반면 유럽은 ‘동맥경화증 환자’(Eurosclerosis)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의 차이는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의 유럽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이 10%의 고공행진을 오래 지속하고 있고, 실업의 내용면에서도 장기 실업자가 많다는 점은 미국 노동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26주 이상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을 장기 실업자라고 정의하는데, 미국에서는 원래 장기 실업자가 전체 실업자의 4분의 1을 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절반을 넘고 있다. 실업자들, 특히 장기 실업자들은 소비를 억제하므로 고실업 현상은 경기회복에 큰 걸림돌이다.
왜 미국에 고실업, 장기실업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가? 첫째 이유는 물론 불황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불황은 대공황 이후 최대의 불황이다. 둘째는 노동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가져오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요인이다. 최근 위기로 건설업, 제조업에 일자리가 줄어들고 보건, 교육 부문에 일자리가 생기고 있는데, 노동자들의 교육, 훈련 없이는 단기간에 이동이 불가능하다. 미국의 주택시장 붕괴 때문에 상당수 국민이 큰 손해 없이는 집을 팔 수가 없어서 일자리가 있는 지역으로 이주하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또한 과거에 비해 맞벌이 부부가 늘어났는데, 한 명이 옮기는 것은 쉽지만 두 명이 한꺼번에 옮기기는 어렵다. 이런 구조적 요인들이 노동시장의 수급 불일치를 낳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의 반대 때문에 더이상 대규모 적자재정에 호소하기도 어렵고, 노동시장의 장기적, 구조적 요인을 바꾸기도 어려우니 고실업 현상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중간선거는 다가오는데 민주당은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