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25년 전 지난주에 중요한 합의가 하나 있었다. 1985년 9월22일 미국 뉴욕에 있는 플라자호텔에서 미, 영, 독, 프, 일 등 주요 5개국(G5)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서 미국 달러의 평가절하, 일본 엔화 평가절상에 합의했다. 이를 플라자합의라고 한다. 그 뒤 엔화 대비 달러 가치는 절반으로 평가절하되어 미국의 수출 증대와 경제 회생에 크게 이바지했다.
그 반면 일본은 엔화 강세로 수출에 큰 타격을 받았고, 경제성장이 떨어졌다. 이런 문제를 다소 완화하기 위해서 G5는 일본에 금융확장, 저금리정책을 권고했고, 일본은 이를 따랐는데 그게 오히려 화근이 됐다. 막대한 부동자금이 저금리를 피해 부동산과 주식으로 몰리는 바람에 엄청난 거품경제가 발생했고, 1990년대 이후 거품 붕괴로 인해 장기침체가 왔다. 그것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또 이어서 잃어버린 10년이다.
25년이 지난 지금 다시 세계경제 불균형과 환율이 태풍의 눈이다. 문제의 핵심은 중국 위안화의 저평가와 일본 엔화의 사상 유례없는 고평가다(1달러 83엔). 이달 중순 있었던 일본 민주당의 대표 선거에서 오자와 이치로는 엔화 평가절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간 나오토 총리는 즉시 라이벌의 정책을 채택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2조엔이나 엔화를 매각함으로써 1달러 85엔으로 평가절하했고 재계는 환영 일색이다. 주가도 급등세를 보였다.
일본의 이런 일방적 움직임은 국제사회에서 환영받기 어렵다. 왜냐하면 환율 평가절하는 수출 증대, 수입 감소, 무역수지 개선,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에 기여하지만 이는 다른 나라들의 희생 위에서 가능하므로 전형적인 제로섬 게임이다. 그래서 이를 ‘근린궁핍화 정책’(beggar-thy-neighbor policy)이라 부른다. 더구나 일본의 엔화는 고평가가 아니라는 반론이 있다. 일본의 물가는 20년 장기 불황 속에서 꾸준히 하락해왔다. 물가하락은 세계시장에서 일본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엔화 강세는 반대의 작용을 하는데, 이 두 개의 힘이 정확히 상쇄되고 있다. 따라서 명목상으로는 엔화가 초강세이지만 물가를 고려한 실질환율은 전혀 강세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번 일본의 환율 개입은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세계의 수출공장인 중국은 외환보유액이 10년 전 1500억달러에서 현재 2조4000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중국의 위안화 가치는 2008년 경제위기 직후 달러에 고정되었다가 지난 6월 드디어 변동체제로 바뀌었지만 석달 동안 절상 폭이 겨우 2%에 그쳐 미국의 불만은 사그라들 줄 모른다. 미 의회는 몇 가지 방안을 놓고 심사숙고하고 있다. 중국의 저환율을 일종의 정부 보조금으로 간주해서 상계관세를 부과하거나,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거나,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거나, 미국도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평가절하하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는데, 어느 것 하나 실행이 쉬운 게 없고, 무엇보다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게 미국의 고민이다. 세계경제 3강의 환율 줄다리기가 점입가경인데, 그 끝을 내다보기 어렵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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