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 사건과 군집행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무슨 사건이든 그렇지만 시작은 아주 사소했다. 인터넷에 가수 타블로의 학력 의혹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타블로를 공격하는 카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는 회원이 삽시간에 18만명으로 불어났다. 최근 경찰이 나서서 스탠퍼드 대학 졸업이 맞다고 증명함으로써 이 사건은 일단락되는 걸로 보인다. 스탠퍼드 대학 당국자는 타블로의 학력에 대해 15번이나 답을 보냈다면서 도대체 몇 번을 답해야 믿을 거냐며 한탄한다. 이 사건은 군집행동(herd behavior)을 잘 보여준다.

군집행동은 곤충이나 동물에서 흔히 발견된다. 개미, 물고기, 쥐, 말, 양 등은 평소에도 무리를 지어 행동하고, 위기가 닥치면 무리를 지어 도망간다. 생물학자 해밀턴은 1971년에 쓴 논문에서 위험에 처한 동물이 무리를 지어 도망가는 이유는 각자가 될 수 있는 대로 무리의 중심에 가까이 감으로써 자기에게 돌아오는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데서 나타난다는 것을 밝혔다. 이는 합리적인 행동이다.

그러나 군집행동은 항상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인간도 자주 군집행동을 하는데, 이 중에는 비합리적인 행동이 많다. 지금 건물 안에서 갑자기 불이 났다고 하자. 가까운 출구가 두 개 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한쪽 출구에 몰리고 소수의 사람만 다른 쪽 출구로 달려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가는 쪽에 살길이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판단에 기초한 것이다.

군집행동은 인간의 경제활동에서 자주 등장하며, 특히 금융시장, 부동산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사람들이 주식, 부동산을 사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은 뭔가 이익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따라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사니 가격은 더 오르고, 오른 가격은 그런 기대를 더욱 뒷받침해준다. 군집행동이 주식, 부동산의 가격을 진정한 가치 이상으로 끌어올리는데 거품은 언젠가 꺼질 수밖에 없다. 가격 하락기에도 상승기와 마찬가지로 불합리한 군집행동이 나타나 가격의 폭락이 발생한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투기, 거품 사건은 모두 인간의 군집행동이 빚어낸 작품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베블렌은 인간에게는 과시 경향과 모방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유한계급은 과시적 소비를 하므로 고가의 사치품일수록 더 선호한다고 풍자했다. 이를 가리켜 ‘베블렌 효과’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사면 괜스레 따라서 사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악대효과’(밴드왜건 이펙트)라고 한다. 마을에 서커스가 등장해서 나팔을 불고 다니면 사람들이 덩달아 구경을 가는 것이니 일종의 군집행동이다. 반대의 행동도 있다. 경제학자 라이벤슈타인은 남들이 어떤 물건을 많이 사면 자기는 남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안 사는 경우를 지적했는데 이를 ‘백로효과’(스노브 이펙트)라고 한다. 인간은 이래저래 불완전하고 불합리한 동물이다. 이번 타블로 사건처럼 악의적이고 공격적인 군집행동은 깊이 경계할 일이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