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억 웃돈…‘배임’ 가능성
이회장, 압수수색 직전 출국
이회장, 압수수색 직전 출국
상속·증여세 포탈 및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태광그룹이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큐릭스를 인수해 케이블방송 업계 1위 자리를 굳히는 과정에서, 대주주인 이호진 회장과 가족이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의혹이 추가로 나왔다. 14일 태광그룹 소속 계열사들의 공시 내용 등을 분석해 보면, 태광그룹은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방송법상 독점방지 조항을 피하려고 2006년 12월 큐릭스홀딩스 지분 30%를 군인공제회 등이 우회 매입하도록 한 뒤, 2009년 1월 방송법 개정 뒤 이를 되사오면서 이 회장과 가족의 개인회사를 거치도록 하는 수법으로 287억원의 시세차익을 이 회장 쪽에 안겨준 의혹을 받고 있다. 태광그룹은 이 회사가 어디인지 공시하지 않았으나, 이 회장 등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로 추정된다.
태광그룹의 방송사업 지주회사 격인 티브로드홀딩스는 방송법 개정(2008년 12월)으로 독점방지 조항이 완화된 뒤인 2009년 1월 큐릭스홀딩스로부터 지분 70%를 2584억원에 사들였다. 같은 시기 이 회장 개인회사는 군인공제회 등이 우회 보유했던 잔여 지분 30%를 1097억원에 되사온 뒤, 넉 달 만에 이를 1384억원에 티브로드홀딩스에 매각해 287억원의 차익을 남긴 의혹을 받고 있다.
티브로드홀딩스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70% 지분을 주당 6만3060원에 사면서도, 이 회장 개인회사로부터 나머지 지분 30%를 매입할 때는 이보다 주당 1만5750원(24.9%)이나 비싼 7만8810원을 지급했다. 티브로드홀딩스의 대주주는 그룹 모기업이자 상장기업인 태광산업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대주주 개인 재산이나 다름없는 지분을 비싼 가격에 인수한 것은 배임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이번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이날 오전부터 태광그룹 회계 담당 임직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조사했다.
이호진 회장은 검찰이 태광그룹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기 이틀 전인 지난 11일 출국했다고 검찰 관계자가 전했다. 태광그룹 쪽은 “이 회장 출국 여부를 확인해줄 수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밝혔다.
이재성 황춘화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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