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칠레에서 구리와 금을 캐는 산호세 광산의 붕괴로 지하 625에 매몰되었던 33명의 광부들이 69일 만에 구조됐다. 구조 순간을 보도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2천명이 넘는 언론인들이 이 가난한 광산촌에 몰려들었다. 광부들이 한명씩 땅 위로 올라오는 장면은 그 자체로 무한한 감동의 드라마였다. 셰익스피어 말대로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한다면 이번 드라마는 좋은 드라마가 되겠지만 사실 칠흑 같은 지하에서 죽음의 공포와 굶주림에 시달린 하루하루를 생각한다면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다.
말이 지하 625이지 아파트 층수로 치면 지하 200층에 해당한다. 쳐다보기만 해도 현기증이 나는 고층 아파트는 기껏(?) 40~50층이지만 그 네 배나 깊은 지하에서 일하는 광부들의 고생과 공포를 생각해보라. 한마디로 형극의 직업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칠레 광부들의 임금은 월 110만원 수준이다. 센 노동강도와 목숨을 거는 위험성을 생각한다면 너무 낮지 않은가. 광부나 고공 건설노동자처럼 큰 위험에 노출되는 직업은 금전적 보상이 필요하다. 과거 소련에서 국가가 정책적으로 정한 임금 순위에서 광부가 모든 직업 중 가장 높아 심지어 의사보다 더 높았던 사실을 상기해보라(그 대신 소련에서 사회적 존경 1위는 의사였다).
왜 그렇게 땅속 깊이 들어가야 하는가? 물론 이익을 얻기 위해서다. 게다가 이번 사고가 나기 전에 이상한 소리가 나는 등 위기 징후가 보였는데도 광산주는 광부들을 땅속으로 몰아넣었다고 하지 않는가. 그 배후에는 비싼 광물 가격이 있다. 광물자원은 2005년 이후 가격이 폭등하다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도래로 폭락했으나 올해 들어 다시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올 초와 비교할 때 현재 가격은 금, 은은 40%나 상승했고, 구리도 15% 상승했다. 그밖에 알루미늄, 주석, 니켈 등 금속 가격이 일제히 폭등세를 보여 2008년의 피크를 금방 넘어설 기세다.
광물자원의 가격 폭등에는 몇 가지 배경요인이 있다. 첫째, 공급의 부족이다. 광물자원의 채굴은 점차 자연적 한계에 부딪혀 이번 칠레 산호세 광산처럼 땅속 깊이 파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둘째, 수요의 증가다. 세계 경기는 아직 회복되고 있지 않지만 중국, 인도, 브라질 등 개발도상국의 성장은 매우 빠르고 이들 국가의 자원 수요는 끝 모르게 급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무한 식욕을 가지고 세계의 자원을 삼키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구리 수요는 15년 전만 해도 세계 전체의 1할이 안 되었는데, 지금은 세계의 4할을 소비하고 있다. 셋째, 최근 미국 달러의 약세가 더욱 자원 가격 앙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 요인은 하나같이 단기에 해소될 성질이 아니므로 자원 가격 상승은 장기적으로 불가피하고, 광부들은 땅속 더 깊이 내몰리지 않을 수 없다. 칠레의 만세 소리가 그치기도 전에 중국 광산에서 매몰사고로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슬픈 소식이 들린다. 광부들의 고난은 끝없이 계속된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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