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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유럽에 번지는 위기

등록 2010-12-12 20:28

이정우의 경제 이야기
아일랜드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850억유로의 구제금융이 결정됐음에도 아일랜드의 국채 금리는 내려갈 줄 모른다. 지난 5월 그리스 위기 때는 1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이 발표되자마자 그리스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아일랜드의 불이 꺼질 것이라는 확신을 못 주고 있을 뿐 아니라 포르투갈로 불이 번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스페인, 이탈리아, 심지어 벨기에조차 위험하다는 설도 있다. 불이 스페인까지 번지면 문제는 심각하다. 스페인의 경제규모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을 합한 것보다 크고, 이탈리아는 스페인보다 큰 유럽의 경제대국이다.

그래서 지금은 유로존의 위기 상황이다. 유로존의 위기일 뿐 아니라 유로 자체의 위기이기도 하다. 재정적자와 부채 누적으로 위기에 봉착한 나라가 쓸 수 있는 유력한 정책수단은 평가절하다. 통화가 평가절하되면 수출 경쟁력이 높아져 위기 탈출이 용이할 텐데, 유로라는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한 그런 가능성은 애당초 없다. 따라서 단일통화란 사고방식 자체가 잘못이며, 유로존은 반드시 해체될 것이라고 단언하는 경제학자들이 많다.

화마가 여러 나라를 삼키면서 불 끄는 소방수 나라에서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불은 주로 남부 유럽에서 발생하고 있고, 불 끄는 소방수는 독일 등 주로 북부 유럽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유로존 안에서도 남북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남쪽 나라들이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한 대가를 왜 독일 국민의 세금으로 치르느냐 하는 불만이 크다. 어제는 그리스, 오늘은 아일랜드, 내일은 또 어디냐 하는 불만이 독일에서 터져 나오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일파만파로 번지는 불을 끌 방책이 여럿 제시되고 있다. 하나는 유로에서 이탈하는 것이다. 불이 난 남쪽 나라가 유로에서 이탈하면 평가절하라는 강력한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 대신 유럽 각국에서 빌린 돈을 상환하라는 요구가 빗발칠 것이니 오히려 불이 더 커져 소탐대실이 되기 쉽다.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재정이 건전한 북쪽 나라가 유로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독일이 유로에서 이탈해 옛날의 마르크화로 돌아가는 게 어떤가 하는 설문에 대해 독일 국민의 절반이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 재계는 반대한다. 왜냐하면 유로를 포기하고 마르크화로 돌아가면 필연적으로 통화가 평가절상되면서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남쪽이든 북쪽이든 유로에서 탈출할 가능성은 작다.

또다른 방책은 북쪽 유럽은 유로를 그대로 사용하되 프랑스로 대표되는 남쪽은 평가절하가 가능한 새 유로를 도입하자는 안이다. 그리고 불난 나라가 국채를 발행하는 게 어려우니 유럽 차원의 ‘유로 국채’를 발행하자는 주장도 있다. 룩셈부르크 총리 장클로드 융커와 이탈리아 재무장관 줄리오 트레몬티가 최근 그런 제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재정기율과 책임 있는 재정운용을 강조하는 독일이 찬성할 리가 없다. 바야흐로 유로존을 덮친 산불의 기세가 맹렬한데, 불 끄는 방법도 가히 백가쟁명이라 할 만하다.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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