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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지역예산·형님예산·복지예산

등록 2010-12-27 09:21수정 2010-12-27 11:01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로비 막으려 베트남 영웅 호찌민은 죽을 때까지 고향 숨겨
애향심만 흘러넘치는 정치인은 국회의원 노릇 할 자격 없다
고성과 주먹이 오가는 난장판 속에 한나라당은 내년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그 와중에 이른바 힘 있는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최대한 챙겨갔다고 한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지역구 챙기기는 도를 넘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의 지역구인 포항 관련 예산은 애초 정부 제출 예산보다 1600억원 증액됐다. 도로예산 항목에 웬 ‘포항’이 그리 많은지 모든 길은 포항으로 통하는가 보다. 이 의원은 2년 전 예산국회에서도 전년 대비 두배 가까운 지역예산을 챙기더니 이번에도 ‘형님예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형님 지역뿐만 아니라 영남지역이 마구 예산을 챙겼는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이번 날치기 과정에서 증액된 151개 사업 4600여억원 중 영남지역 예산은 3000여억원으로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한 반면 호남은 2건에 65억원, 충청도는 1건으로 5억원에 불과하다. 지역 편중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공과 사, 나라와 지역을 혼동하는 한나라당은 정당 자격이 없다. 세금은 국민의 돈인데 국회의원들이 자기 돈처럼 생색을 낸다면 고양이한테 어물전 맡긴 격이다.

베트남 구국의 영웅 호찌민은 평소 자기 고향이 어디인지를 밝히지 않았다. 죽을 때가 다 돼서야 비로소 자기 고향이 어디인지를 털어놓았다. 고향 사람들이 찾아와서 이런저런 로비를 하는 걸 아예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전후 일본 보수정치의 틀을 완성한 정치인 요시다 시게루는 여러 차례 총리를 역임하면서 자민당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다. 그는 도쿄 부근 요코스카 출신이었다. 어느 날 요시다에게 동향이 찾아와 고향 로비를 하자 요시다는 호통을 쳤다. “나는 내 고향의 정치가가 아니고 일본의 정치가다.” 지금 한나라당에는 나라는 어찌 되든 아랑곳하지 않고 애향심만 흘러넘치는 정치인들이 즐비하다. 이런 사람들은 국회의원 노릇 할 자격이 없다.

날치기 과정에서 결식아동 급식지원, 방과후 돌봄교실 등 복지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그런데도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은 ‘내년 복지 예산은 역대 최대’이며, ‘우리가 복지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대통령은 중앙정부 예산에서 복지예산이 28% 정도인 걸 가리켜 복지국가 수준이라고 해석하고 있는데, 이는 틀려도 한참 틀린 이야기다. 스웨덴의 학자 테르보른에 의하면 한 나라의 복지예산 비중이 50%가 넘을 때 복지국가로 분류된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 기준을 통과하지만 우리는 여태 28%에 불과하니 복지국가는 요원하다. 게다가 복지예산 28%도 노무현 정부 첫해 20%에서 매년 늘려 5년 만에 도달한 숫자다. 이명박 정부 3년 동안 이 숫자는 제자리걸음이고 내년부터는 줄어들 예정이니 이명박 정부는 말로만 서민정부라고 했지 복지국가에 기여한 게 없다. 형님은 도로에 매진하고 동생은 4대강에 몰두하니 과연 난형난제다. 그래 놓고 서민정부니 복지국가니 이런 말은 제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 “날치기 독재…민심도 분노하고 있다”
■ “스폰서검사 사건에 아내가 ‘당신도 저러나’ 물어 당혹”
■ ‘무죄’도 너무 무겁구나/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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