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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정우의 경제 이야기] 식품 인플레이션

등록 2011-01-17 10:30수정 2011-02-15 08:17

지난가을, 배추와 무 가격 폭등으로 홍역을 치른 것이 우리 기억에 생생한데, 지금 인도에서는 양파 때문에 난리다. 양파 값이 1kg에 35루피(900원)에서 80루피(2000원)로 폭등했다. 그까짓 양파쯤이야 하겠지만 인도인들에게는 양파가 주요 식품이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양파 때문에 정권이 바뀐 적이 두번 있었다. 1980년 선거에서 야당이었던 인디라 간디의 승리, 그리고 1998년 선거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세카와트 정부의 패배는 양파 가격 폭등이 큰 요인이었다. 이번에 인도 정부가 황급히 양파 수입관세 인하, 수출 금지에 나선 것도 이해가 간다.

2008년, 세계적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이집트, 방글라데시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전화위복이라 할까. 2008년 가을에 닥친 미국 금융위기 여파로 세계경제가 불황에 빠지면서 애그플레이션은 저절로 사라졌다. 그런데 금융위기가 끝나가는 국면에 접어들자 잠복중이던 식품 가격이 다시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식품 인플레이션 때문에 일어난 알제리아, 모잠비크, 튀니지의 폭동은 2008년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주 미국 정부가 발표한 옥수수, 콩 등 주요 곡물의 재고 물량이 아주 낮은 것으로 나타나 식품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이들 식품 가격은 3년 전의 기록을 깨고 정점에 도달했다. 미국은 세계 옥수수 수출 1위 국가인데, 가축 사료로 쓰이는 옥수수 가격이 상승하면 육류 가격 상승을 가져오므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사정이 이러니 중국 정부도 인플레이션 대비 쪽으로 정책을 급선회하고 있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은 연달아 금리와 은행 지급준비율을 인상해 돈줄을 죄고 있는데, 이는 물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또 중국 정부는 채소 가격 상승을 완화하기 위해 채소를 운반하는 트럭의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식품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중국과 인도를 합한 25억 인구의 소득 증대로 인해 식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인도 출신의 센에 의하면 인도 국민은 여전히 영양실조에 허덕이고 있으므로 소득 증대에 따른 식품 수요 증가는 당분간 불가피하다. 또 하나는 이상기후로 인한 공급 부족이다. 세계 3대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가 작년에 곡물 수출을 금지한 것은 40년 만의 혹심한 가뭄 때문이었다. 다른 곡물 수출대국인 아르헨티나, 브라질도 가뭄 때문에 작황이 우려되는가 하면 호주에서는 홍수가 두통거리다.

식품 인플레이션의 영향은 나라마다 다르다. 선진국에서는 엥겔계수(가계지출 중 식품의 비중)가 낮으므로 그 피해가 비교적 작다. 그러나 중국, 인도는 엥겔계수가 50% 가까이 되므로 그 영향이 대단히 크며, 아프리카 등 최빈국에서는 엥겔계수가 75%나 되기 때문에 그 영향은 가히 폭발적이라 할 수 있다. 식품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폭동이 최빈국에서 일어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올해는 식품 인플레이션에 특히 주의해야 하겠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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