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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정우의 경제 이야기] 이집트 민중의 승리

등록 2011-02-13 18:14수정 2011-02-15 14:12

튀니지에서 시작한 민주혁명의 열풍이 이집트로 옮겨가더니 드디어 민중의 힘이 독재자 무바라크를 무너뜨렸다. 튀니지에서 23년간 1인 독재체제를 구축했던 벤알리가 축출된 것이 불과 한달 전이었는데, 이번에는 이집트의 30년 독재자가 무너진 것이다. 민중을 억압하는 독재체제는 언제 어디서나 결국은 무너지고 만다는 철칙이 지금까지 민주주의의 변방이었던 중동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집트는 중동에서 영향력이 큰 대국이다. 인구 8400만에 1인당 소득은 5900달러의 빈국이다. 하루 2달러 미만의 소득으로 살아가는 빈민이 인구의 40%나 되며, 소득불평등이 심한 나라다. 무바라크 일가는 부패의 온상이었고 축적한 재산이 수조 또는 수십조원에 이른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집트에서 사업을 하려면 무바라크의 두 아들, 가말과 알라에게 뇌물을 바치는 게 관행이었다고 한다. 올해 82살로 노쇠한 무바라크는 자신의 30년 집권도 모자라는지 아들 가말을 후임자로 만들려고 공작을 벌여왔으나 이제는 물거품이 되었다. 사필귀정. 이 세상은 불의와 부정으로 가득 찬 것 같지만 결국은 정의가 승리한다.

무바라크의 장기집권을 지탱해온 것은 안으로는 경찰의 폭력, 밖으로는 미국의 지원이었다. 무바라크의 수족으로 봉사해온 경찰이 100만명이고, 그중 시위진압 훈련을 받은 전투경찰이 15만명이나 됐다. 이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면서 법 위에 군림해왔다. 미국은 친미, 친이스라엘의 독재자 무바라크를 오랫동안 지지해왔으며 1979년 이래 이집트 군부를 위해 매년 13억달러를 지원해왔다. 미국은 말로는 민주주의를 외치지만 진짜로 민주주의의 친구인지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과거 이슬람은 그 특유의 복종적 문화 때문에 좀처럼 민주주의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유력했다. 그러나 정보화의 물결은 이슬람에도 예외없이 밀어닥쳤다. 이번 튀니지, 이집트 민주혁명에는 인터넷, 트위터, 페이스북이 큰 역할을 했다. 작년 6월 알렉산드리아의 한 인터넷 카페에서 29살 청년 칼레드 사이드가 경찰의 부패를 고발하는 내용을 인터넷에 올리려다 두 명의 사복 경찰에게 끌려나와 행인들이 보는 가운데 무자비하게 맞아 죽었다. 그는 죽은 뒤 자유를 갈구하는 이집트 청년들의 우상이 됐다. 이번 시위의 또 다른 영웅으로 구글 간부인 30살의 와엘 고님은 페이스북에 ‘우리는 모두 칼레드 사이드’라는 페이지를 올리고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다. 그는 비밀경찰에 체포되어 12일 동안 눈가리개를 하고 있었는데, 석방되자마자 ‘무바라크 퇴진’을 외치며 시위에 앞장섰다.

튀니지와 이집트는 기로에 섰다. 독재자는 물러났으나 언제 다시 반동이 올지 모른다. 무바라크와 미국이 권력을 이양하려 했던 부통령 술레이만은 군 출신이고 과거 비밀정보조직 책임자였다. 그렇다고 ‘무슬림형제단’처럼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도 곤란하다. 민주화, 세계화, 정보화의 거대한 물결을 거역하지 않는 양심적 민주세력이 정권을 잡으려면 앞으로도 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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