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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석유가격의 경제학

등록 2011-02-20 19:03

[이정우의 경제 이야기]

올해 세계 각국의 고민은 인플레이션이고 그 중심에 석유가격과 식품가격이 있다. 세계적 불황이 한고비를 넘기면서 국제유가가 연일 고공행진이다. 게다가 이집트 혁명의 여파로 유가가 더욱 치솟아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국제유가야 우리의 통제 밖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국내유가를 둘러싸고 한달째 논쟁이 뜨겁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고 말한 뒤 정부 각 부처가 연일 정유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쟁점은 두가지다. 첫째, 가격변동의 대칭성 여부다. 국제유가가 오를 때 국내유가는 득달같이 오르지만 반대로 내릴 때는 굼벵이 걸음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얼마 전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국내 두 대학에 조사를 의뢰했는데, 한곳에서는 가격의 상하 움직임이 비대칭적이라고 의심할 만하다고 결론을 내렸고, 다른 데서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과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나?

둘째는 국내유가의 절대수준 문제다. 이 문제는 국내 유류세 문제와 직결된다. 세금을 뺀 국내유가를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니 우리나라보다 높은 나라도 있고 낮은 나라도 있는데 우리나라 유가는 평균보다 높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가 높은 이유는 주로 세금이다. 휘발유 소비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에 부가세까지 붙어서 휘발유 가격의 53%는 세금이다.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기름 반, 세금 반’인 셈이다. 미국만 예외로 하고 다른 나라들도 대개 유류세가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유류세가 57%이니 우리나라는 국제 평균의 약간 밑에 있다.

유류세는 왜 이렇게 높나? 휘발유 소비가 일으키는 마이너스의 외부효과, 쉬운 말로 하면 공해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자동차 운행은 첫째 매연이란 공해를 일으키고, 둘째 교통체증이란 손실을 끼치며, 셋째로 교통사고라는 불청객을 피할 수 없다. 이들 세가지 외부효과를 합하면 그 크기가 엄청나며 이처럼 큰 마이너스의 외부효과를 갖는 상품은 찾기 어렵다. 20세기 초 경제학계에서 케인스의 라이벌이었던 아서 피구는 마이너스의 외부효과를 줄이는 방법으로 ‘내부화’란 답을 내놓았다. 외부효과를 내부화하는 수단이 바로 세금이고, 이것을 ‘피구의 세금’이라 부른다. 유류세는 전형적인 ‘피구의 세금’이다.

그러니 유류세가 높은 건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유류세가 공해 방지가 아니라 건설업 지원에 쓰이고 있는 게 문제다. 유류세의 대종인 교통에너지환경세의 80%가 교통시설특별회계로 들어가서 그 절반은 도로건설에, 나머지 절반은 철도, 공항, 항만 건설에 지출된다. 정작 환경(15%), 에너지(3%), 균형특별회계(2%)에는 20%만 쓰고 있다. 그러니 유류세의 이론적 취지는 좋으나 실제 쓰임새를 보면 피구가 지하에서 통탄할 노릇이다. 정부는 쓸데없이 정유회사와 주유소 팔 비틀기 하는 데 힘을 낭비할 게 아니라 유류세 용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것이 정부의 ‘주유소 습격사건’의 진실이다.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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