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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전세 대란의 경제학

등록 2011-03-06 21:10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최근 구제역 파동, 물가 대란에 겹쳐 전세금 폭등이 서민들의 살림을 더욱 어렵게 한다. 전세금은 최근 2년 동안 줄기차게 상승하여 세입자들을 울리고 있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 1월과 2월 연달아 전세 대책을 내놓았지만 근본적 처방은 보이지 않고, 고작 전세자금 지원 확대 등 미봉책뿐이다.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주택임대차 제도다. 이 제도는 약 100년 전 당시 집을 가진 사람들의 목돈 필요성에서 처음 도입되었다고 한다. 집주인의 관점에서 보면 매달 집세 독촉을 할 필요 없이 1, 2년 집세를 미리 받아두는 효과가 있으니 강자를 위한 일종의 확보주의라고 할 수 있다.

전세 때문에 생긴 비극도 있었다. 지금부터 약 20년 전 시민단체에서 주장해서 임대차 계약의 기본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는 제도 개선이 이루어졌다. 세입자들을 잦은 이사의 번거로움과 잦은 집세 인상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좋은 취지였으나 전혀 뜻밖의 결과가 나타났다. 집주인들이 2년간 올릴 집세를 미리 왕창 올림에 따라 돈 없는 세입자들은 거리로 내몰리게 됐다. 세입자들의 연쇄자살 사태가 벌어져 20명 가까이 목숨을 버렸다. 이 비극은 좋은 취지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라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과거 금리가 높을 때는 전세가 세입자에게 큰 부담이었으나 최근 저금리 기조가 오래가면서 오히려 세입자들이 전세를 더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 반면 집주인들은 전세를 놓아봤자 금리가 워낙 낮아 재미가 없고, 따라서 월세로 전환하는 추세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러니 전세 수요는 늘어나고, 전세 공급은 줄어들어 전세 대란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부동산 투기의 종결도 한몫하고 있다. 과거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릴 때는 너도나도 집 사두면 대박이라는 신화가 우리 머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래서 매매 수요는 넘치고 전세 드는 사람은 바보 취급을 당했다. 그 결과 주택 가격은 고공행진을 하는 반면 전세는 주택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이상한 현상이 오래 지속됐다. 이는 비정상이다. 왜냐하면 이론적으로 경쟁적 시장에서는 주택의 매매가격과 전세 가격은 비슷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십년 동안의 부동산 투기가 드디어 종말을 고하려는 지금 자연히 주택을 사려는 수요는 줄어들고 전세 수요가 증가하면서 지금의 전세 대란에 일조하고 있다. 역설적인 것은 부동산 투기의 피해자가 다시 전세 대란의 피해자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장기임대주택 공급의 부족도 중요한 원인이다. 노무현 정부 때 2007년 13만5천호까지 지었던 임대아파트가 지난해에는 1만5천호로 줄었다. 게다가 서울시의 허황된 뉴타운 계획이 기존 주택의 멸실을 가속화시켜 전세 대란을 악화시켰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부추겨서라도 경기를 살리려는 태도를 버리고, 서민들을 위한 임대주택 확충에 힘써야 한다. 정도를 걸어야 문제가 풀린다.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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