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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대재앙의 경제학

등록 2011-03-27 21:15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일본 동북부가 규모 9의 강진과 거대한 지진해일(쓰나미)로 초토화됐다. 피해가 너무 커서 아직 정확한 사상자 수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전기가 끊기고, 물자 공급이 원활치 않아 살아남은 사람들도 추위에 배고픔에 떨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역시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공포다. 그래도 최악의 상황에서 일본인들이 보여준 침착함과 남에 대한 배려는 세계인의 찬탄을 자아내고 있다.

이번 지진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전후 경제기적의 신화가 붕괴된 해’로 묘사했던 1995년 고베 지진과 비교된다. 당시 10만채의 건물이 무너지고, 30만명이 집을 잃고, 6500명이 목숨을 잃었다. 95년 상공업도시 고베가 일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1%였는 데 비해 이번에 피해가 집중된 후쿠시마, 미야기, 이와테 3개 현은 면적으로는 훨씬 넓지만 경제 비중으로는 비슷하다. 일본 정부는 이번 피해의 복구비용을 25조엔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95년 고베의 10조엔보다 크다.

홍콩상하이은행의 게리 에번스가 대재앙의 경제적 영향을 연구한 결과를 보면 95년 고베 지진, 99년 대만 지진, 2001년 미국에 가해진 테러, 지난해 칠레 지진의 여파로 당해 국가의 주가는 6~8% 하락했으며 주식시장의 약세는 한달 내지 석달 동안 계속되다가 그 뒤 모두 회복했다고 한다. 이런 증거는 ‘거리에 피가 낭자할 때 주식을 사라’라는 주식시장의 모토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외환시장까지 고려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왜냐하면 재앙 이후 일본인들의 현금 필요성이 늘어나 외국에 투자해놓은 자산을 찾으려 할 것이고, 세계의 보험회사에서 일본인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므로 일본 통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게다가 외환시장에서 이런 움직임을 예상한 투기까지 가세해서 엔화가 강세를 띠게 된다. 그러니 외국인의 관점에서 보면 대재앙 직후에 주가는 떨어져 매력이 있지만 환율까지 고려하면 매력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재앙 때 주식을 사라’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번에도 엔화는 강세를 띠고 있고. 어려움에 처한 일본을 돕기 위해 엔화 평가절하에 7대 경제대국이 협조하는 보기 드문 행동이 나타나고 있다.

대재앙은 인간에게 큰 고통을 주지만 막상 국민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의외로 경미한 경우가 많다. 2004년 동남아를 덮친 지진해일이나 2005년 카슈미르 지역을 강타한 지진은 이번 일본의 대재앙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낳았지만 경제성장률 하락은 미미했다. 대홍수가 일어나면 농업이 큰 피해를 입지만 그 다음 해에는 토양의 비옥도가 높아져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다고 한다. 2차 대전에서 일패도지하여 잿더미가 됐던 독일과 일본이 전후 놀랄 정도로 빨리 경제강국으로 부상한 것을 보더라도 인간의 지식과 기술이 파괴되지 않는 한 재앙 후 빠른 경제회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어떤 재앙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선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고통받는 일본인들에게 전하고 싶다.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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