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일부 외제 담뱃값이 2500원에서 2700원으로 200원 올랐다. 6년 만의 인상이다. 다 오른 게 아니고 던힐, 마일드 세븐 등 몇 개 품목만 가격이 인상됐는데, 이들 담배 판매량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8% 가격 인상에 판매량은 크게 감소했다. 던힐을 판매하는 비에이티(BAT)코리아의 판매량은 28% 줄었고, 마일드 세븐을 판매하는 제이티아이(JTI)코리아의 판매량은 19% 감소했다. 두 회사의 판매량은 한 주에 70만갑 정도 줄었는데, 그 대신 가격을 올리지 않은 필립 모리스와 국산 담배의 판매량이 꼭 그만큼 늘었다. 일부 담배만 가격이 오르니 소비자들이 가격이 오르지 않은 다른 담배로 말을 갈아탄 것이다. 특정 담배에 대한 충성도가 강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를 경제학에서는 수요의 가격탄력성이란 개념으로 분석한다. 가격탄력성이란 근대경제학의 초창기인 19세기에 당시 물리학에서 쓰던 개념을 빌려온 것으로서, 가격 변동에 따른 수요량 변동의 민감성을 측정하는 도구다. 어떤 제품이든 가격이 오르면 수요량은 감소하고, 가격이 내리면 수요량은 증가한다. 가격과 수요량은 항상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궁금한 것은 그 움직임의 정도다. 수요량의 변동비율을 가격 변동비율로 나눈 값을 수요의 가격탄력성이라 부른다.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1보다 크면 탄력적 수요, 1보다 작으면 비탄력적 수요라고 한다. 1이란 값이 중요한 경계선이다. 담배의 경우 가격탄력성이 1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탄력성이 1보다 크면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판매수입은 줄어든다. 판매량이 가격 인상 비율보다 더 큰 비율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번에 담뱃값을 인상한 두 회사는 여러 가지를 다 고려한 뒤 그런 결정을 내렸겠지만 판매수입 급감이란 의외의 복병을 맞아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다.
수요의 탄력성의 크기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첫째, 대체재의 유무다. 가격이 오를 때 가까운 대체재가 있으면 쉽게 그리로 옮겨갈 수 있으므로 탄력성이 크다. 둘째, 필수품이냐 사치품이냐? 필수품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므로 가격이 올라도 소비를 해야 되지만 사치품은 포기해도 된다. 따라서 필수품은 탄력성이 작고, 사치품은 탄력성이 크다. 셋째, 시간.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은 우선 당장 직격탄을 맞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살길을 찾는다. 예컨대 1970년대 석유위기 때 유가가 네 배로 올랐다. 단기적으로는 석유 소비를 계속할 수밖에 없지만 차차 난방 방식을 석유에서 석탄, 가스, 전기 등 다른 방식으로 바꿀 것이다. 종래 대형차를 몰던 사람들도 당분간은 그 차를 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형차로 바꿀 것이다. 따라서 장기로 갈수록 수요의 탄력성은 커진다.
넷째, 상품의 범위. 탄력성은 상품의 범위를 넓게 잡을수록 작고, 좁게 잡을수록 크다. 담배가 좋은 예다. 담뱃는 중독성이 있어 가격이 올라도 계속 피울 수밖에 없고 따라서 탄력성은 작다. 그러나 이번처럼 일부 담배만 가격을 인상하면 그 수요 탄력성은 매우 크다. 왜냐하면 값이 오르지 않은 다른 담배라는 기댈 언덕이 있기 때문이다. 담배 일반의 수요 탄력성은 작지만 그중 일부의 탄력성은 크다는 것. 그것이 가격인상을 단행한 두 회사의 고민이다.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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