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는 미친 소가, 지금은 미친 등록금이 국민을 촛불집회로 내몬다. 소고기는 누구나 먹는 필수재라는 사실이 온 국민으로 하여금 촛불을 들게 했다. 한국에서는 대학교육도 필수재다. 지금 고등학교 졸업생의 8할 이상이 대학을 가니 한국에서는 대학교육이 필수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교육이 필수재가 된 까닭은 그것이 지위재이기 때문이다. 대학을 가고 안 가고가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결정한다.
왜 대학 등록금이 사람들을 분노케 하는가? 유럽은 세금으로 대학을 운영하니 거의 무상교육에 가깝다.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그런데 미국의 1인당 소득이 우리보다 훨씬 높다는 점, 75%의 미국 대학생이 등록금이 싼 주립대를 다니는데 거꾸로 우리는 국공립대 학생 수가 20%밖에 안 된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사실상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이 세계에서 제일 비싸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언제부터 등록금이 이렇게 비싸졌나? 과거에 대학을 ‘우골탑’이라 불렀지만 지금처럼 미친 수준은 아니었다. 전에는 소 팔면 대학 갈 수 있었으나 지금은 못 간다. 대학 등록금이 빠른 속도로 상승한 것은 주로 1989년 정부의 사립대 등록금 자율화 조처 이후의 일이다. 이때부터 사립대 등록금이 미친 듯 오르기 시작했다. 2002년 정부가 국공립대 등록금마저 자율화하자 국공립대 등록금 인상률이 사립대를 능가했다. 1985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 소비자 물가가 2.9배 올랐는데, 대학 교육비용(주로 등록금)은 6.7배나 올라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부동의 1위다.
이렇게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을 졸업한들 좋은 세상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작년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이 52%밖에 안 된다. 빚을 내거나 쉴 틈 없이 아르바이트해서 수천만원씩 대학에 갖다 바치고, 온갖 스펙을 쌓아 졸업해도 취업의 희망은 멀리서 가물거릴 뿐이다. 이러니 사람들이 절망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촛불이 거리로 나오자 정치권에서 설익은 대책이 난무한다. 그중 어떤 것은 백해무익이다. 일각에서 운위하는 기여입학제는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무너뜨릴 대표적인 나쁜 제도다. 정부의 보조금으로 반값 등록금을 만드는 것은 구조조정 대상인 부패하고 부실한 일부 사립대를 연명시키는 어리석은 짓이다.
올바른 대책은 무엇일까? 우선 정부가 대학 등록금 규제에 나서야 한다. 미친 등록금은 분양가 자율화 이후의 아파트 가격 폭등과 비슷하게 시장만능주의의 부작용이다. 미친 등록금은 일종의 독과점 횡포이므로, 정부가 가격을 규제해서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 대학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해서 기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학벌 위주 채용관행도 개선이 필요하다. 대학도 바뀌어야 한다. 미국 대학은 가난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데, 한국 대학은 성적순 장학금이란 잘못된 관행을 고수하고 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부·기업·대학이 자기 할 일을 찾아가야 미친 등록금이 가라앉을 것이다.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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