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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사회 나서고 금감원 손보고…KB금융 ‘MB맨’ 교체 신호?

등록 2013-03-18 20:24수정 2013-03-19 11:06

이사회, 어윤대 회장 최측근 박동창 부사장 보직해임

박 부사장 ‘ISS 보고서’ 관계자 만나
반어윤대 사외이사 선임 반대 의견
이사회 “왜곡정보 흘려 독립성 해쳐”
금감원 형사처벌 가능성도 거론
케이비(KB)금융지주가 18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어 어윤대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박동창 전략담당 부사장을 보직해임했다. 미국계 주주총회 안건 분석 전문회사인 ‘아이에스에스’(ISS)의 보고서가 왜곡되도록 만든 책임을 물은 것이다. 케이비금융 쪽은 “이사회 의결이 아닌 어 회장이 직접 박 부사장의 보직해임을 결정했다”며 “최종 조처는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사외이사들 주도로 경영진이 퇴진 위기에 몰린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 왜곡된 아이에스에스 보고서…경영진과 이사회 갈등 고조 이번 소동은 아이에스에스가 지난 14일 세계 1700여곳의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보고서를 내놓은 데서 비롯됐다. 당시 보고서는 “케이비금융지주의 아이엔지생명 한국법인 인수 무산은 정부 입장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외이사들의 반대 때문”이라며 “정부기관 출신인 이경재, 배재욱, 김영과 등 3명의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반대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박 부사장은 앞서 두차례에 걸쳐 아이에스에스 관계자들을 접촉한 사실이 드러났다. 케이비금융 사외이사들은 악의적인 거짓 정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이경재 사외이사(이사회 의장)는 한국은행 이사와 중소기업은행 은행장을 거쳤을 뿐 정부 출신이 아니고, 김영과 이사는 지난 2월22일에야 선임돼 아이엔지 인수 건을 논의할 당시엔 사외이사가 아니었다. 또 배 이사는 아이엔지 인수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이 때문에 이사회 쪽은 박 부사장이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흘린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관련 이사들은 박 부사장과,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보고서를 낸 아이에스에스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낸다는 방침이다.

■ 어윤대 회장은 무관? 금융권에선 이번 사건을 어 회장의 측근인 박 부사장이 ‘반어윤대’ 쪽 사외이사들을 제거하기 위해 외부의 힘을 빌리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 회장의 임기만료가 오는 7월인데 반어윤대 사외이사가 포진하고 있는 한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친어윤대 사외이사를 영입하기 위해 외부기관을 이용해 주총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어 회장 쪽이 연임을 노렸다기보다 아이엔지 인수를 무산시킨 사외이사들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의 관심은 이제 어 회장의 개입 여부에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를 두고 볼 때 최소한 어 회장의 암묵적 승인 아래 일어났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박 부사장은 어 회장 취임 이후 케이비금융의 경영효율화와 사업구조 다변화를 위해 직접 영입한 측근 인사다. 이번 사건을 두고 ‘어 회장의 과욕이 부른 자충수’로 보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경재 이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어 회장과의 관련성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추가로 조사를 더 해봐야 알 수 있는 거다. 내부 감사팀이 조사를 하면 제대로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ISS는 어떤곳

미국의 주주총회 안건 분석 전문회사로 1700여곳의 기관투자가에게 찬반 의견을 제시한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공신력도 높다. 원래 독립기관이었지만 미국의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네셔널(MSCI)이 3년전에 인수했다. 해당국 사정에 어두운 외국인 투자자들 중 70~80% 정도는 아이에스에스의 권고를 대부분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 금융당국, 금융권 인사 물갈이의 빌미 금융감독원은 즉각 사실관계 확인과 추가조처를 예고하고 나섰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아이엔지 인수 건은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공식적으로 결론 난 사안이다. 그럼에도 거짓 정보를 흘려 이사회의 독립성을 해치고 금융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오는 22일까지 예정된 종합검사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해 법규 위반이 드러나면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박 부사장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지주회사법은 임직원이 업무상 알게 된 정보나 자료를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거나 업무 외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5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빌미가 돼 금융당국이 금융권 주요 인사 물갈이에 나설 수 있는 명분과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케이비금융은 2008년에도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이 금융당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회장 단독후보로 나섰다가 금감원의 조사 착수 한달여 만에 물러난 바 있다. 마침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필요할 경우 임기가 남았더라도 금융 시이오(CEO) 교체를 건의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케이비금융 노조 관계자는 “케이비금융에는 정부 지분이 없지만 관치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솔직히 어 회장은 물론 사외이사도 다 낙하산 인사 아니냐. 경영진과 이사진이 경영공백 없이 지배구조를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힘쓰는 것도 모자랄 판에 파워게임에만 몰두하면서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개입할 명분만 키워주게 됐다”고 말했다.

이재명 송경화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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