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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현대·삼성 등 건설사 21곳 ‘입찰 들러리’ 품앗이

등록 2014-01-02 19:47수정 2014-01-03 09:25

인천도시철도 2호선 공사 입찰
질낮은 설계서 제출방식 짬짜미
세금 2200억 건설사 주머니로
공정위, 과징금 1322억·검찰고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을 포함한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인천도시철도 건설공사 입찰 때 짬짜미(담합)를 해, 2000억원이 넘는 국민 혈세가 낭비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짬짜미 건설사들에게 1300여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관련 임직원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엄중 제재했다.

공정위(주심 지철호 상임위원)는 2일 인천시가 2009년에 발주한 인천도시철도 2호선 15개 공구 턴키(설계와 시공 일괄입찰 방식) 입찰에서 21개 건설사들이 낙찰자와 들러리를 미리 합의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132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낙찰을 받은 15개 건설사에 대해서는 법인과 임직원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과징금 부과액은 2012년 4대강 1차 턴키공사 입찰 짬짜미 제재 때의 1115억원보다 많은 것으로, 건설업체 짬짜미 사건 중에서는 최대 규모다.

짬짜미 건설사는 현대·삼성·에스케이(SK)·지에스(GS)·포스코·대우·현대산업·대림·두산·롯데 등 국내 대형업체들이 망라돼 있어, 건설사들의 짬짜미 관행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건설사별 과징금은 대우건설 160억원, 현대건설 141억원, 현대산업개발 140억원, 에스케이건설 128억원, 지에스건설 120억원, 포스코건설 96억원 등의 순이다.

공정위 조사결과, 들러리를 선 건설업체들은 짬짜미 적발 위험이 높은 입찰가격을 올리는 대신 품질이 낮은 설계서를 제출해 의도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는 지능적인 수법을 사용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들러리 설계’ 또는 ‘비(B)설계’라고 부른다. 대형 건설사들은 저마다 한 곳씩 다른 대형 건설사의 들러리를 서주었다. 203공구를 낙찰받은 현대산업개발이 지에스건설(205공구)의 들러리를 서고, 지에스건설은 현대건설(211공구), 현대건설은 대우건설(207공구), 대우건설은 에스케이건설(209공구), 에스케이건설은 다시 현대산업개발의 들러리를 서는 식이다.

짬짜미로 인해 평균 낙착률이 97.6%로 치솟았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두산건설, 태영건설, 쌍용건설, 신동아건설 등은 낙찰률이 모두 99%를 넘었다. 최근 공공공사 평균 낙찰률이 80% 정도고, 전체 낙찰금액이 1조2288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건설사 짬짜미로 2200억원 가량의 국민 세금이 건설사 주머니를 채우는 데 낭비된 셈이다.

포스코건설은 2012년 공정위의 추가 현장조사 때 3대의 노트북에 있는 자료를 없애기 위해,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일부 내용을 삭제하여 공정위 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법인과 3명의 임직원에게 따로 과태료 1억4500만원이 부과됐다.

공정위가 이번 사건을 처음 조사한 시점은 2009년 11월이다. 결국 사건 처리기간이 무려 4년 이상 걸린 셈이다. 공정위가 중간에 추가조사를 벌이고, 짬짜미 연루 기업들이 많은 점을 감안해도, 공정위의 사건 처리가 너무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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