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최근 발생한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롯데호텔 기업공개 배경과 전망]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의 연결고리와도 같은 회사다. 호텔롯데의 지분 대부분을 일본 롯데홀딩스, 11개의 엘(L)투자회사가 갖고 있고, 롯데홀딩스 지분의 3분의 1을 광윤사가 갖고 있다. 동시에 호텔롯데는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칠성, 롯데제과 등 한국 롯데 주요 계열사들의 주요 주주다.
롯데호텔, 한-일 롯데 ‘연결고리’
기업공개로 투명성 향상될 듯
순환출자 해소 7조 필요
호텔롯데 상장으로 마련 예상
“황제경영은 해소 못해” 지적
일본 주주 설득도 ‘숙제’로 남아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노리는 가장 큰 효과는 롯데가 일본기업이라는 논란을 희석시키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기업공개를 발표하면서 가장 먼저 “일본 계열 회사들의 지분 비율을 축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법상 상장을 위해서는 기업 지분의 25% 이상을 공개해야 한다. 국내 투자자들이 최소 25%의 지분을 갖게 되고, 현재 100%에 가까운 일본 계열사들의 지분이 75% 미만으로 떨어지게 된다. 여전히 일본 계열사들의 지배력이 절대적이지만,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배당이 이뤄지게 된다. 일단 첫발을 떼는 것인만큼, 앞으로 평가는 일본법인 지분을 국내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더 내주느냐에 따라 변할 수도 있다.
호텔롯데 기업공개는 연매출 80조원대로 재계 서열 5위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의 경영정보를 외부에서 알기 힘들다는 비판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가 상장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기로 한 것에 대해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두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지나치게 폐쇄적인 경영방식을 고집했던 것에서 한 발짝 물러서 시장의 감시를 받아들이겠다는 제스처”라고 평가했다. 그는 “(총수) 한 사람의 의사결정이 그룹 전체의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게 문제였다. 기업 공개로 기존 지배주주들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기관투자자들의 의견이 기존 경영진에게 새 압력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을 통해 확보되는 자금이 순환출자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신동빈 회장은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순환출자 완전 해소를 위해 약 7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황세운 실장은 “순환출자 해소에 상당한 자금이 소요되는데, 자체자금만으로는 모자랄 가능성이 높다. 호텔롯데 기업공개로 외부 자금을 수혈할 수 있고, 이것으로 추가적인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의 의지만으로 호텔롯데 상장이 무난히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의 주요 주주들이 호텔롯데 상장이 자신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할 경우 호텔롯데 주총에서 이를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롯데그룹의 한 임원은 “신 회장의 이번 발표는 한국과 일본 롯데의 운영을 분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힌 것으로 일본 쪽에서 부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이 때문에 내부적으로 이번 발표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기업공개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을 잘 설득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 시기에 대한 질문에 “작년부터 검토한 바 있다. 실제로는 이사회와 주총 결정이 필요해서 언제까지 하겠다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가까운 시일 내에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지배구조 개선책이 ‘황제 경영’에 대한 해소방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송민경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이번 사태로 형식적으로는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만 실질적으로는 개별 회사 최고경영자 등을 최대주주가 일방적으로 선임하는 관행이 드러난만큼, 이에 대한 개선책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최고경영자를 선임할 때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치도록 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같은 방식을 일반 회사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전자·서면투표제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 도입 등이 담긴 상법 개정을 서둘러서 외부(소액) 주주의 주총 참여를 활성화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신재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기업공개로 투명성 향상될 듯
순환출자 해소 7조 필요
호텔롯데 상장으로 마련 예상
“황제경영은 해소 못해” 지적
일본 주주 설득도 ‘숙제’로 남아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노리는 가장 큰 효과는 롯데가 일본기업이라는 논란을 희석시키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기업공개를 발표하면서 가장 먼저 “일본 계열 회사들의 지분 비율을 축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법상 상장을 위해서는 기업 지분의 25% 이상을 공개해야 한다. 국내 투자자들이 최소 25%의 지분을 갖게 되고, 현재 100%에 가까운 일본 계열사들의 지분이 75% 미만으로 떨어지게 된다. 여전히 일본 계열사들의 지배력이 절대적이지만,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배당이 이뤄지게 된다. 일단 첫발을 떼는 것인만큼, 앞으로 평가는 일본법인 지분을 국내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더 내주느냐에 따라 변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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