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부터 4차례 계열사 자료 요청
20일 제출 때까지 아무 조처 안해
공정위 “대기업 전체에 보냈던 것”
20일 제출 때까지 아무 조처 안해
공정위 “대기업 전체에 보냈던 것”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기 이전에 4차례에 걸쳐 롯데에 국내외 계열사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나, 롯데는 신 총괄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일본롯데홀딩스·광윤사 등 일본 계열사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공정위는 이에 대해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신학용 의원이 23일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롯데그룹에 요청한 자료제출 목록’을 보면, 올해 1월23일(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목적)을 시작으로 4월2일(주식소유 현황 파악 목적), 6월26일(기업집단 공시의무 이행점검 목적), 7월2일(계열사간 채무보증 파악 목적)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롯데에 국내외 계열사 자료제출을 요청했다. 그러나 롯데가 지난 20일 일본 등 해외 계열사 주주 및 출자 현황 등에 관한 자료를 뒤늦게 제출할 때까지는 신 총괄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일본롯데홀딩스·광윤사 등 일본 계열사의 자료를 받지 못했다.
공정위는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롯데에 자료 제출을 요청할 때“동일인(신격호 총괄회장)이 해외 계열사를 통해 국내 계열사를 지배하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제14조에 따라 국내 계열사 현황 조사를 위해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허위 자료를 제출할 경우 오너 일가까지도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공정위의 설명이 맞다면 롯데가 이미 4차례나 법 위반 행위를 했는데도 공정위가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은 셈이다. 정재찬 공정위원장도 롯데의 자료제출 직후 “롯데가 제출한 자료를 철저히 점검해 해외 계열사 소유실태를 확인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법 위반 혐의는 엄중히 제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 의원은 “애초에 롯데가 자료제출 의무가 있는데 거부해 법을 위반했음에도 공정위가 직무유기를 한 것인지, 아니면 공정위가 분명한 법적근거 없이 자료를 요구해 제재를 못한 것인지 가려야 한다. 이도저도 아니라 공정위가 자료에 잘못이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면 무능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경쟁정책국은 이에 대해 “롯데사태 이전 자료제출 요청은 대기업집단 전체에게 보낸 것이고, 롯데만 특정해 자료제출을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롯데의 이번 자료 제출에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 등 일부 주주와 관련된 내용이 빠져서, 일본롯데홀딩스·광윤사의 지분 구조를 완전히 파악하기는 어려울 가능성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공정위는 자료 검토 이후 자료 재제출 요구 등 후속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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