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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구글, 왜 ‘꿈의 직장’이냐고? “7시 출근-4시반 퇴근, 저녁은…”

등록 2016-06-02 21:07수정 2016-06-03 14:40

좌담회에 참석한 구글코리아 직원들이 4월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좌담회에 참석한 구글코리아 직원들이 4월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

회사 다닐 만해요?
2부 성취감

(2)구글코리아
구글은 미국 <포춘>지 선정 ‘세계 최고의 다국적 직장(World’s Best Multinational Workplaces)’에서 최근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기업이다. 이 조사에서 미국 본사 직원의 96%가 “나는 훌륭한(Great)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자부심’에 98%, 도전정신· 분위기·보상·소통 분야에서 97%, ‘훌륭한 관리자’ 분야에 95%의 직원들이 만족했다.

무인자동차부터 러닝머신(스스로 학습하는 기계)을 기반으로 한 의료 분야까지 산업의 경계를 깨는 ‘혁신 선도 기업’으로 평가받는 구글은 업종을 불문해 수많은 기업의 경쟁 상대가 된 지 오래다. 지난해 기준 미국 직원 수는 6만1814명이며 매출 749억8900만달러(89조2669억원), 영업이익 193억6천만달러(23조461억원)를 기록했다.

전 세계 40여개 국가에 지사를 두고 있는 구글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구글코리아’를 운영 중이다. ‘일하기 좋은 직장’의 대명사로 구글이 언급되는 것에 비해 구글코리아의 규모나 근무환경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글로벌 기업이라 해도 한국지사의 경우 한국에서의 지위는 유한회사로, 사업보고서나 재무제표가 따로 공개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4월28일 ‘한겨레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를 위해 구글코리아의 각 분야 직원 7명이 모여 좌담회를 열었다. 구글코리아 직원들도 구글 본사 직원들처럼 자부심, 성취감을 느끼며 같은 근무환경에서 일하고 있을까?

구글 주요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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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도 ‘프로젝트 총괄’… ‘셀프 압박’ 커

구글 직원을 뜻하는 단어인 ‘구글러’는 크게 9가지 직군으로 나뉜다. 기술 분야, 영업, 마케팅·소통 담당, 디자인, 경영 전략, 재무, 법무, 인사, 시설관리다. 200여 명이 일하고 있는 구글코리아에도 대부분의 직군이 존재한다. 이번 좌담에는 엔지니어팀의 장정식·강철, 인사팀의 정한결, 제품 매니저 이해민, 광고 영업팀 백혜나, 파트너제휴팀 정지현, 그리고 소통 담당 정김경숙 등 거의 모든 직군이 참여했다.

좌담 참여자 중 따로 설문에 참여한 6명의 직원이 매긴 성취감 점수는 5점 만점에 4.7점이었다. 기업 정보 공유 플랫폼 ‘잡플래닛’에 평가를 남긴 구글코리아 전·현직 직원 58명의 사내문화 만족도는 4.5점, 지인 추천율은 90%에 달했다. 근속 기간이 1~9년인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성취감의 이유를 물었다.

 

정한결: 구글이 채용을 가장 중시해요. 1년 반 전, 네 번의 채용 인터뷰 끝에 입사했는데 제가 뽑힌 이유가 진솔함 때문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회사는 신입사원에게도 자기 목표는 자기가 정하도록 해요. 실행 방법도 내가 정하는데 다른 회사 다니는 친구들과 비교해보니 흔한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어져요.

이해민: 저는 인터뷰를 11차례나 봤어요. 채용 프로세스가 탄탄하다 보니 그걸 통과한 사람은 신뢰하는 것 같아요. 저 사람이 맞는 결정을 내렸을 거야 하고요.

사회자: 처음 들어왔을 때 알아서 하기란 어렵지 않나요?

강철: 일단 팀 차원의 목표가 있고 그 안에서 자기가 운영할 수 있을 정도의 조각을 찾아 스스로 이끌면서 일을 해나가는 거죠. 구글에서는 필요한 것만 하면 되고 형식적인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업무를 중심으로 여러 국가의 사람들을 연결해 일하죠.  

장정식: 부서에 관리자(매니저)는 있지만 ‘상사(보스)’의 개념이 아니라 ‘도와주는 사람(어시스턴트)’의 개념이에요. 제가 신입일 때 여러 국가 간의 소통이 필요한 업무를 맡았는데 여기저기 물어보면 다들 참 친절하게 알려주더라고요. 구글이라는 큰 풀 안에서 레벨 높낮이에 상관없이 소통이 잘 일어납니다.

정한결: 처음 입사했을 때 상사가 와서 말하더군요. “네가 나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내가 너를 위해 일하는 거니까 도움을 받고 싶은 것 이야기하고 원하는 걸 다 하라”고요.

이해민: 지난 9년 동안 지켜본 구글은 아메바처럼 모였다 흩어졌다 하는 프로젝트팀이 끊이지 않는 조직이에요. 같은 팀인 장정식씨가 신입 사원으로 들어왔을 때 어떤 일 하고 싶은지 물었더니 명확하게 대답하기에 ‘잘됐다, 그거 하면 된다’고 말해주었던 기억이 나네요. 채용 프로세스에 대한 신뢰가 크다 보니 신입 사원이라 해도 맞는 결정을 내렸을 거야 싶은 거죠.

백혜나: 전 영업 부문에서 직접 보고 라인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창의적으로 프로젝트 하겠다고 그 과정에서 매니저의 지원을 받는 문화가 워낙 강해서 영업 부문도 그렇게 움직이죠. 팀 차원에서 맞춰야 하는 목표가 있지만 그렇더라도 개인이 창의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워요.

사회자: 자기가 목표 설정해 실행하다가 잘 안되면 어떻게 하나요?

백혜나: 실패했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배운 걸 나누고 다음에는 이런 식으로 해보자 이야기해요. 같은 말인데도 다르게 접근하는 거죠.

이해민: 국내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구글에 입사했는데 3개월 만에 중요한 문제를 제게 결정하도록 하는 회사 모습에 놀랐어요. 다른 국가 매니저와 하는 회의에 어려운 문제를 들고 갔더니 “그건 네 일이야, 네가 결정해”라고 하더라고요. 근속기간이 짧은 사람에게도 프로젝트의 ‘오너십’을 인정해준 거죠. 

사회자: 목표 설정부터 결정까지 자기가 해야 하니 업무 강도가 높진 않나요?

장정식: 많습니다. ‘셀프 프레셔’라고 하는데 옆 사람들이 너무 잘하다 보니 본인 스스로 목표를 높이게 되는 거죠. 속도도 빠르고요.

백혜나: 본인이 욕심을 부리는 게 큰 것 같아요. 뛰어난 동료들이 있어 배울 게 많아 좋지만 그만큼 나도 저만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이해민: 성취감에 대한 답은 두 가지로 갈릴 것 같은데요. 구글의 미션을 수행하는 일원으로서 새로운 제품이나 사용자 경험을 전 세계로 전파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성취감이고요. 동시에 일을 하는 과정에 훌륭한 직원들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계속 성장한다는 느낌이 있어요.

실제 구글의 최고인적자원책임자 라즐로 복은 “신입 직원은 모두 평균 이상”이라며 기존 직원의 교육·훈련보다 채용에 투자하라고 권한다. 오랜 시간을 들여 육감이 아닌 시스템에 의해 ‘자기보다 더 나은 사람’을 채용한다면 신입 직원에게도 신뢰를 기반으로 권한과 자율성을 내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수한 인재들 사이의 배움과 경쟁은 성취감과 업무 압박, 양면의 동전이었다.

 

“7시 출근-4시반 퇴근, 저녁은 꼭 가족과”

직원에 대한 신뢰가 기반이 되면 유연근무제와 같은 자율 근무 제도도 정착하기 쉽다. 구글코리아 직원들은 입을 모아 “업무량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지만 누구나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설정해 일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6명의 직원들이 적어낸 평균 주당 근무시간은 45시간 안팎이었다. 하지만 정보기술 기업인만큼 ‘(회사와) 늘 연결되어 있다’는 설명이 많았다. 6명 중 2명의 직원이 ‘일과 삶의 균형’ 분야 만족도를 ‘보통’ 수준인 3점을 줬다. 유연근무의 비결은 ‘연결’과 ‘개방’. 그리고 ‘신뢰’였다. 

 

사회자: 일주일에 몇 시간이나 일하나요?

강철: 음… 우리는 노는 것도 일인데 어쩌죠? 단순히 시간으로 환산이 어렵네요.

정김경숙: 집에 가서 일하는 경우도 많고요.

장정식: 회사에서 매일 공짜로 주는 밥도 맛있고 회사가 편해서 저녁 늦게까지 있는 경우도 있어요.

이해민: 저 같은 경우에는 오전 7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30분에 퇴근해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둘인데 아침은 아빠와, 저녁은 꼭 저와 함께하죠. 구글은 기본적으로 전 세계 직원 누구나 서로 일정(캘린더)을 볼 수 있는데요. 거기에 4시30분 이후는 ’패밀리 타임’이라고 써놓고 블록(차단)을 해놔요.

사회자: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30분에 업무가 다 끝나나요?

이해민: 제 업무는 오전 7시에 뉴욕 엔지니어와의 회의로 시작해요. 이후에는 미국 서부, 그리고 일본과 한국, 마지막에 이스라엘과 회의를 하고 퇴근하죠. 런던과 소통해야 하는 날엔 밤에 애들 재워놓고 난 뒤로 회의 시간을 잡아서 집에서 해요. 저와 하는 회의는 저녁 시간에 잡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이 부분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커요.

사회자: 그럼 상사 눈치 보여서 퇴근을 못하거나 회식에 필수 참석해야 하는 일은 없나요?

장정식: 회식은 사실상 거의 없고요. ‘오프사이드’라고 일하는 시간 중에 모임은 있어요. 지난해에는 팀원들끼리 청평에 자전거를 타러 갔었는데 그때도 평일에 가서 오후 3시에 헤어졌어요.

이해민: 저녁 먹자고 하면 아무도 안 와요. 그런데 얼마 전에 점심을 먹고 다같이 영화를 보러 가자니까 우르르 오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공식적인 행사를 점심 때 하자고 이야기했죠.

사회자: 육아휴직 제도도 잘 운영되고 있나요?

이해민: 전 개인 휴가까지 합쳐서 1년2개월동안 육아휴직을 하고 복귀했어요. 처음 휴직 이야기를 꺼내니까 상급자가 “넌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며 인사팀에게 “해민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해줘라”라고 말해줬어요. 사실 어떻게든 육아휴직을 했겠지만 너무나도 마음 편하게 쉴 수 있었습니다.

백혜나: 결혼을 하지 않은 제 입장에서 요즘 드는 생각은 최소한 애 낳을 때까지는 여기 있어야겠다. 그만큼 직원 복지가 잘 되어 있어요. 친구들과 비교해보면 대기업들도 정책은 구글만큼 다 갖추고 있는데 실제 사용을 못하더라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분위기, 기업 문화인 듯해요.

장정식: 출산 휴가가 여성은 4개월, 남성도 한달 주어져요. 그건 대부분 다 씁니다.

이해민: 어린 자녀가 있는 직원들은 회사에 알린 뒤 집에서 일하는 시간도 많아요.

장정식: 재택근무나 휴가는 따로 보고할 필요 없이 이메일 하나 띄우면 됩니다. 못쓴 휴가도 한 해는 이월됩니다. 특히 12월에 많이들 쉬는데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한달까지 쉬어요.

정한결: 한번은 다른 나라 사무실들을 방문해 보고 싶어서 내 마음대로 홍콩 일주일, 싱가포르 일주일, 일본 일주일 식으로 머문 적이 있어요. 거기서도 노트북만 있으면 일할 수 있으니까 월·화·수는 해당 국가에서 출퇴근하고 목·금은 휴가로 썼죠.

이해민: 지난해 휴가로 가족들과 오스트레일리아에 갔는데 저는 시드니 사무실로 출근하고 가족들은 여유있게 놀고 그랬어요.

   

10년 넘게 구글코리아에서 일해온 정김경숙 상무는 구글 문화의 장점으로 매주 금요일 창업자가 전직원과 나누는 즉석 질의응답, 구글 문서도구·캘린더 등을 활용한 정보 공유, 수평적인 구조, 남의 성과를 뺏지 않는 문화, 주요 회의·워크숍을 화~목 사이에 잡아 주말을 희생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원칙, 허락이 아닌 정보 공유 형식인 휴가 제도, 다양성 강조, 마사지실·무료 식사 등 최상의 것을 공짜로 제공하는 복지제도 등을 꼽았다.

‘잡플래닛’에 직원들이 지적한 구글코리아의 단점을 보면 “영어 등 외국어에 대한 스트레스”, “보직에 따라 천차만별인 근무 조건”, “중요한 결정은 모두 미국 본사에서 이루어지는 구조”, “어마어마한 업무량과 칼 같은 성과주의” 등이 꼽혔다. 최근에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2005~2010년 옥시 대표를 맡았던 존 리(48) 구글코리아 사장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경영진에 대한 신뢰 부분에 타격을 받기도 했다.

 

애 낳고 이직…면접 때 “결혼했나” 질문도 안해

좌담에 참여한 직원 중 2명 이상의 직원이 “임금이 최고 수준인 국내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보다 연봉을 더 받는다”며 “가끔 이렇게 받아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주로 엔지니어들이 연봉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능력에 따른 보상을 중시하는 구글의 한국지사 급여 수준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잡플래닛’에 구글코리아 현직 직원 44명이 남긴 연봉 정보를 분석한 결과 최소 2700만원부터 1억3천만원까지 평균 5760만원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직급 안에서도 연봉 격차가 큰 특징을 보였다.

채용 면접을 할 때는 “결혼했나”, “애인은 있나” 등의 개인적인 질문을 하지 않는다. 출산 뒤에 구글코리아에 입사했다는 한 직원은 “면접 과정에서 결혼에 관한 질문을 전혀 하지 않아 애엄마라는 사실도 밝힐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회사에서도 “결혼은 언제 하냐”, “아이는 낳을거냐” 등 사생활을 침해하고 다양성을 해치는 질문을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기회의 평등, 다양성 존중에 대한 철학을 구글은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다름을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축복하고 지원하며 우리 직원들과 제품들과 사회를 위해 그 다양성이 번창하도록 합니다.” 구글에는 아시안 구글 네트워크, 흑인 구글러 네트워크 등 인종별 모임부터 ‘게이글러’, ‘우먼앳구글’ 등 다양한 모임이 활동 중이다.

구글은 직원 다양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 구글러의 70%가 남성, 30%가 여성이라고 밝혔다. 이 비율은 리더 그룹의 비율(남성 78%, 여성 22%)와 유사하다. 기술 분야로 좁혀보면 18%가 여성, 82%가 남성이며 비기술 분야는 47%가 여성, 53%가 남성이다. 2014년 구글 본사의 직원 구성은 백인 남성(1만4800명), 아시안 남성(6878명), 백인 여성(5009명), 아시안 여성(3046명), 히스패닉 남성(981명), 히스패닉 여성(447명), 2개 이상 혼합 인종 남성(393명), 흑인 남성(378명), 흑인 여성(250명) 등이다.

구글은 지난해 정년 제도를 폐지했다. 한 직원은 “신입 교육 당시 백발의 ‘동기’와 함께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자신의 고용 상태에 대한 불안은 느끼지 않느냐”고 물으니 “과연 내 능력이 언제까지 받쳐줄까?”, “업무 스트레스의 대부분이 자학”이라는 응답이 이어졌다.

임지선 허승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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