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이 발생한 경북 경주 옆 양산단층 인근 원자력발전소들의 내진성능 강화 진행률이 크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정훈 의원(새누리당)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제출받은 ‘국내 원전별 주요 안전계 내진성능 강화 진행률 현황’ 자료를 보면, 양산단층 및 동해안 주변 원전들의 내진 설계 진행률이 매우 저조했다.
정부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 내진성능 기준을 리히터 규모 지진 6.5에서 7.0까지 끌어올리도록 강화 작업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안전정지유지필수계통 △보조공통부문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등 설비의 내진성능을 강화한다. 2018년 4월이 완료 목표 시점이다.
그러나 가동 중인 원전 24호기 가운데 13곳의 강화 작업 진행률이 현재 시점까지 10% 미만에 그치고 있다. 특히 진행률 0%인 원전이 7곳인데, 경주 지진으로 가동이 중단된 월성 2~4호기가 모두 0%다. 진행률 20%가 2곳, 35%가 1곳으로, 대부분 진행률이 절반 미만이다. 강화 작업이 끝난 곳은 8곳이다.
특히 경북 울진 한울 1·2호기는 내진성능 보강 대상 기기를 아직 확정하지도 못한 상태다. 한울 1·2호기는 각각 1988년과 89년 프랑스 알스톰사가 지었다. 김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수원이 내진성능 강화를 위한 자료를 프랑스에 요청했으나 ‘28년 전 자료라 대부분 없다’는 답을 받았다”며 “한수원은 한울 1·2호기의 주요 안전계통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28년간 상업운전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보강 대상 기기에 대한 테스트 및 기술 개발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월성 2~4호기의 경우 보강 대상 기기 테스트중인데 테스트만 마치면 올해말 강화 작업을 100% 완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한울 1·2호기는 턴키(설계부터 시공까지 도맡는 방식)로 지어 내진 관련 자료는 계약사항에 없었고, 이후 자료를 요청하니 프랑스 회사에서 기밀이라 다 줄 수 없다고 해 36건 문서만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자체적으로 방법론을 개발해 내진성능 평가를 한 뒤 보강 대상 기기를 선정할 계획”이라며 “2018년 4월 이내에 차질 없이 완료할 것”이라고 했다.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을 보면, 한울 1·2호기는 올해 두 차례를 포함해 2011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8건의 고장을 기록했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기를 어떻게 내진성능을 강화할 건지 비공개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민간·국회·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이 함께 내진강화 작업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나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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