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양의 핵심 단계는 수면 위 13m까지 끌어올리기
애초 23일 오전 11시 예상했으나 계속 늦어져
‘램프’ 열려 반잠수식 선박 작업 차질
램프, 선박에 자동차 드나드는 다리 같은 구조물
“24일 오전까지 절단 안되면, 인양 지속 여부 결단”
애초 23일 오전 11시 예상했으나 계속 늦어져
‘램프’ 열려 반잠수식 선박 작업 차질
램프, 선박에 자동차 드나드는 다리 같은 구조물
“24일 오전까지 절단 안되면, 인양 지속 여부 결단”
세월호가 1073일 만에 물 밖으로 나왔지만, 인양의 핵심 단계인 수면 위 13m까지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좌측 선미(배 뒷부분) 부분의 ‘램프’ 문제가 불거져 인양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잠수사까지 투입해 시험인양을 했는데도 ‘램프’가 열린 것을 발견하지 못해 사전 준비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3일 “재킹바지선과 세월호의 부딪침 문제를 살펴보던 중 ‘램프’가 열려 있다는 것이 뒤늦게 발견됐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램프를 제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램프는 선박에 자동차 등이 드나드는 다리와 같은 개폐형 구조물을 말한다. 세월호 선체는 현재 10m까지 올라온 상태다. 애초 ‘13m 들어 올리기’ 작업은 오전 11시까지 완료할 예정이었으나 계속 지연되고 있다.
이 공정이 늦어지는 것은 재킹바지선과 세월호의 부딪침 때문이었다. 바지선 사이로 세월호가 올라오는데 조류 흐름이 있다 보니 세월호 선체가 계속 흔들려 이 과정에서 재킹바지선의 구조물인 도르래와 세월호가 부딪치는 현상이 나타났다. 정부는 부딪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램프’가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철조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이날 밤 긴급 브리핑에서 열고 “잠수사들이 세월호 선미 쪽에 진입해 램프를 절단하고 있다”며 “램프가 열린 상태에서는 반잠수식 선박 작업을 할 수가 없다. 세월호를 성공적으로 인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램프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24일 오전까지 램프 절단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인양을 계속해야 할지 여부를 결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칫 세월호 인양이 중단될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시험인양에서 램프 열림을 몰랐냐는 질문에 이철조 단장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램프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 세월호 인양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세월호 선체는 이날 오전 3시45분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인양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7시간 만이다. 다시 1시간 뒤인 4시47분 세월호가 바다 밑에서 높이 약 22m에 도달하면서 본체 일부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밤샘 인양작업을 벌였다. 시간당 3m 안팎으로 인양줄(와이어)을 끌어당기면서 오전 1시에는 바다 밑 14.5m, 오전 3시엔 18.2m 등 세월호는 차근차근 위로 향했고, 새벽 3시45분 마침내 물 밖으로 나온 것이다.
앞으로 문제는 소조기가 24일이면 끝난다는 점이다. 해수부는 소조기 동안 세월호를 13m 들어 올려 근처에 있는 반잠수식 선박에 옮겨 놓는다는 게 목표다. 날씨도 불안하다. 기상청은 “세월호 인양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전남 진도군 조도면 부근의 서해남부해상은 기압골 영향으로 24일 흐리다 한때 비가 오고 25일 새벽에는 가끔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강수량은 2~5㎜에 이르고, 바람은 초속 6~9m로 다소 강하겠지만 파고는 0.5~1m로 비교적 잔잔해 인양 작업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상청은 말했다.
25일에는 소조기가 끝나 유속이 지금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여 작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철조 단장은 “세월호 13m 들기는 늦어졌지만, 앞으로 남은 절차에 속도를 낼 것이다. 24일까지 선체를 반잠수식 선박에 거치한다는 목표가 달성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가 13m까지 떠오르면 단단히 묶어 1.8㎞ 떨어진 반잠수식 선박으로 이동하게 된다.
정부는 22~23일 동안 세월호 13m 끌어올리기를 연일 강조하며 인양을 하고 있다. 왜 13m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일까? 인양의 두번째 변곡점인 목포신항까지 세월호를 운반할 반잠수식 선박 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왼쪽으로 누워 있는 세월호는 높이가 22m다. 13m까지 올리게 되면 9m가량은 물에 잠기게 된다. 세월호가 실릴 예정인 반잠수식 선박의 잠수 수심은 13m다. 수면 아래로 13m까지 가라앉히거나 올릴 수 있다.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으로 옮겨질 때 4m의 여유 공간이 생기는 셈이다. 세월호 밑에 리프팅빔(받침대) 등 각종 장비가 설치돼 있는 만큼, 안정적인 작업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13m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반잠수식 선박은 해상의 플랜트나 중대형 구조물, 화물 등을 운반하는 평평한 특수화물 선박을 말한다. 양쪽 날개벽이 없어 대형 선박 등의 구난 등에도 긴요하게 사용된다.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에 옮겨지면 준비 작업을 거쳐 약 87㎞ 떨어진 목포신항에 거치된다. 정부는 다음달 3~5일 사이 목포에 도착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세월호 선체가 목포에 무사히 도착하면 합동수습본부를 현지에 설치할 예정이다. 전남 진도 팽목항에 있던 유가족 지원 시설도 옮겨올 계획이다.
김소연 기자, 진도/박수진 기자 dandy@hani.co.kr
이슈세월호 참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