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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미국발 경기회복 ‘훈풍’ 돌지만…가계부채 ‘경보음’은 커져

등록 2017-06-15 18:47수정 2017-06-15 22:07

미 정책금리 0.25%p 인상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한·미 금리 연말께 역전 가능성
가계부채 등 위험관리 신경써야

외국인 자금 유입에 코스피 활황
국내기업 1분기 매출도 고공행진

금리역전 대비 ‘순조로운 퇴각’ 지적
1300조 가계부채 뇌관 부상 가능성
“한국경제 울퉁불퉁 시골길 들어서”

미국 중앙은행이 예고된 길에 발걸음을 한발짝 더 내디뎠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14일(현지시각) 정책금리(연방기금금리)를 1.0~1.25%로 종전보다 0.25%포인트 끌어올렸다. 이와 함께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4년까지 국채와 주택담보증권(MBS) 등을 사들이며 불려온 보유자산을 올 하반기부터는 다시 줄여가기로 했다. 경제 회복세에 대한 강한 확신을 배경으로 하는 미국의 돈줄 죄기 정책에 따라 10년 만에 처음으로 한-미 간 정책금리는 같아졌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연준은 공격적인 돈 풀기 정책을 폈다. 정책금리는 0~0.25%로 떨어뜨린 데 이어 장기 시장금리를 낮추려 국채와 주택담보증권을 직접 사들이는 양적 완화 정책도 폈다. 종래에는 찾아보기 힘든 행보인 터라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란 평가가 따라붙었다. 연준이 방향을 튼 건 2015년 12월부터다.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7년 만에 제로금리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 뒤 지난해 12월 한 차례, 올 들어 두 차례(3월·6월) 추가로 금리를 올린 것이다. 또 연내 한 차례, 내년에 세 차례 더 인상할 의지를 보이고, 여기에다 보유자산을 축소하는 ‘양적 긴축’을 언급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 그래프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연준의 이런 행보는 미국 경제의 회복세에 대한 확신을 토대로 한다.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뒤 내놓은 연준의 발표문에는 “노동시장은 회복세가 강하다. 신규 일자리도 완만하지만 견고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실업률도 하락했으며 가계 지출과 기업 투자도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고용·소비·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의 개선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이런 인식을 토대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종전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긴 호흡 속에서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연준의 돈줄 죄기는 지금까지 한국 경제에는 별다른 여파를 미치지 않고 있다.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서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국외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국내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자들의 이자 상환 비용이 급격히 늘어나는 부작용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15일 국내 주식·채권·외환시장도 소폭 등락을 반복했으나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는 10.99(0.46%) 내렸고, 원-달러 환율은 0.2원 오른 1124.1원을 기록했다. 국채 금리도 일제히 내렸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소폭(111억원)이지만 순매수를 유지했다.

* 그래프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외려 한국 경제는 금리 인상의 배경인 미국 경기 회복에 따른 수혜를 만끽하는 중이다. 미국이 첫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한 2015년에는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자금 4조2910억원이 빠져나갔으나 지난해의 경우 연간 석달만 빼고 아홉달 내내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됐다. 연간 기준 순매수 규모는 12조6290억원에 이른다. 올해도 4월 말 현재까지 외국인 매수 강도는 약해졌으나 유입세는 이어지고 있다. 이런 덕택에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300포인트 남짓(16.4%) 올라 230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른바 ‘미국 특수’는 실물경제에서 좀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은이 15일 발표한 ‘1분기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국내 기업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한해 전보다 7.9% 늘어 2012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영업이익률도 7.0%로 나타나 7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모두 이날 연준 결정에 “예상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앞날이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외려 긴축으로 고삐를 바투 잡은 미국의 움직임에 맞춰 국내 경제 주체들도 순조로운 퇴각을 궁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무엇보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한-미 간 정책금리가 같아졌고 올해 말이면 역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 중 매파 쪽 목소리가 커지며 기준금리 인상 신호가 더 강해지고 이에 따라 국내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136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부상할 수 있다. 이미 이주열 총재는 최근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절이 필요하다”고 긴축 메시지를 내놨다.

정성태 엘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부동산과 가계부채 등 한국 경제의 취약 고리에 대한 위험 관리에는 신경을 써야 한다. (미국의 긴축 움직임에 따라) 한국 경제는 가시밭길보다는 울퉁불퉁한 시골길에 들어서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급격한 경기 위축은 없겠으나 위험 관리에 집중하면서 전반적인 경기를 관리하는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미국 금리인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시 시장안정조처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른 시일 안에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마련해 파장을 차단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김경락 한광덕 노현웅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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