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닝 반틴 독일 플랫폼 산업 4.0 사무총장이 지난 17일 독일 베를린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독일 제조업의 스마트 혁신은 민간이 주도한 ‘사회적 대화’의 과정이기도 했다. 2011년 비트콤(독일정보통신산업협회) 등이 깃발을 든 ‘산업의 미래’ 프로젝트에 프라운호퍼 같은 연구소, 산업별 노동조합, 정부 기구가 동참해 ‘산업 4.0’으로 진화했다. 2015년 가을 창설된 ‘플랫폼 산업 4.0’(Plattform Industrie 4.0)은 각계 전문가 300여명이 참여해 산업 4.0을 수행하는 플랫폼이다. 포럼을 열어 의제를 제시하고, 좋은 사례를 발굴해 모델화·표준화하며, 중소기업의 참여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헤닝 반틴 ‘플랫폼 산업 4.0’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한겨레>와 만나 “한국도 산업 4.0이란 큰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산업과 정치, 노조, 연구소가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영국이 금융에 집중하는 등 제조업의 시대가 갔다는 분위기도 있었다. 독일이 제조업의 스마트 혁신을 추진한 이유는?
“이들과 달리 독일은 생산의 20% 이상을 제조업이 차지하고 있다. 제조업의 강점을 더 살리고 강화하자는 게 목표였다. 정보기술과 실물을 연계해서 확장하고 강화해 갈수록 여건이 어려워지는 산업을 살리자는 것이었다. 특히 다른 나라는 소비자 시장에 관심이 높지만 독일은 기업 간 거래인 비투비(Business to Business)에 강점을 갖고 있어 이를 한층 중시했다. 전체 시장을 봤을 때 역시 가장 이윤이 높은 곳이 기업 간 거래이다.”
-‘플랫폼 산업 4.0’은 어떤 일을 해왔는가?
“중점을 둔 일은 우수 사례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산업의 변화나 미래의 노동에 대해 전문적인 정보를 모아서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변화에 가장 적합한 행동을 취하자는 전략이었다. 우수 사례가 상당히 많이 수집돼 공유됐다. 그다음은 중소기업이 이런 변화에 참여할 동인을 갖고 그에 맞는 여건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독일 기업 두곳 중 한곳은 스마트 혁신에 참여하게 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그 목표는 달성했다.”
-기술 측면에서 ‘플랫폼 산업 4.0’의 핵심은 무엇인가?
“생산의 유연성이나 개인화된 맞춤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은 중요하긴 하지만 일부이다.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을 통한 융합이 핵심적이다.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제어해서 높은 품질의 제품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생산해 시장에 접목하는 기술이다.”
-제조업에 강한 게 디지털화에도 도움이 되나?
“독일이 예를 들어 미국과 다른 것은 우리는 기계산업에 강해 기계를 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기계 내부에서 생산돼 수집된 정보가 어떤 의미인지 해석하고 분석해, 가장 적합한 행동을 취할 수 있다. 데이터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야 서비스도 할 수 있다. 기계를 모르면 데이터만 쥐고 있는 셈이다.”
-나라마다 환경이 다른데 한국이 독일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효과적인가?
“중요한 것은 기본 규칙이 있고 그 부분은 확실하게 알고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가 9월 한국에 가서 정부 인사들을 만났을 때도 강조했는데, 독일도 산업계가 시작했지만 산업만의 일로 놔두지는 않았다. 학술적으로 지원하고 정부도 협조해서 다양한 행동주체들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전략적으로 해 나갔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히 노조의 적극적인 참여는 성공에 절대적인 요인이다.”
베를린/글·사진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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