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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인간·로봇 함께하는…내일의 내 일을 찾아서

등록 2017-11-07 10:01수정 2017-11-09 17:29

[제8회 아시아미래포럼]

2025년 한국 제조업 인력
40%는 로봇이 대체한다는데…
우린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일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고
‘좋은 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사회적 합의’ 대화의 장이 열린다
직업과 노동이 급변하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15~16일 열리는 제8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그 길을 모색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직업과 노동이 급변하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15~16일 열리는 제8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그 길을 모색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직업과 노동이 급변하는 시대다. 중고생 자녀를 둔 부모의 가장 큰 관심은 장래 우리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가이다. 지금 있는 직업의 절반 이상이 10~20년 내에 사라지리란 전망도 나온다. 세계화와 인구구조 변동에 최근 인공지능(AI),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까지 겹쳐 일의 변화는 가속하고 있다.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이 상용화되고, 자율주행차가 보편화하는 미래까지 가지 않아도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대리운전을 부르고 음식 배달을 시키는 정도는 이제 일상이 됐다. 어떤 직업은 사라지고 어떤 직업은 새로 생겨난다. 카페에서 일해도 웬만한 일은 다 할 정도로 일의 시공간적 유연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선택 폭을 넓혀주기도 하지만, 직업 자체가 사라지거나 노동이 파편화·부차화할 우려도 크다. 유럽에 있는 운동화 생산업체 아디다스의 스마트공장은 동남아시아 공장에서 600명이 할 일을 단 10명이 한다. 일의 변화는 또 사업장에 고정된 정규직 일자리를 기반으로 설계된 노동법과 연금, 실업급여 등 사회보장제도의 변화를 가져온다.

이런 일의 변화는 우리에게 무엇이 ‘좋은 일’(Decent Work)이고 이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누구나 일을 통해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며, 가정과 자신을 가꿀 안정된 소득과 여가를 제공하는 일의 가치는 미래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다가오는 날들을 노동, 여가, 가정생활이 균형을 이루는 ‘좋은 일’로 디자인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과 합의에 달려 있다.

일의 변화는 해일처럼 밀려오고 있지만 ‘일의 미래’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응은 취약하다. 국제로봇연맹(IFR) 자료를 보면, 한국은 노동자 1만명당 로봇 수(531대)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공학자 중심으로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제조업체의 사업장이 자동화됐다. 이 과정에서 노동은 숙련이나 전문성을 차츰 잃고 로봇의 보조자로 위축됐으며, 자동화되지 않은 노동은 저가의 하청으로 돌려져 노동시장의 격차와 이중구조를 만들어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이런 변화 앞에서 연대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고용 및 임금을 지켜내는 데 그쳐야 했다.

최근 디지털화·지능화가 가속화하며 2025년엔 한국 제조업 생산인력의 40%를 로봇이 대체할 것이라고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예측했다. 이대로 가면 인공지능과 로봇이 보편화한 세상은 신세계이기는커녕, 나빠진 노동조건, 실업, 분배의 불평등이 기다리는 우울한 미래일 수 있다. 한국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장인 노동시간, 최저인 출산율과 결혼율을 기록하고 있다.

기술의 변화에 모든 나라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대화와 합의로 일하는 사람과 기계의 협업을 조직하며 4차 산업혁명이란 큰 변동에 대처하는 독일은 우리에게 좋은 참고가 된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9월말 발족했다.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을 표방해 과거 정부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인적 구성이나 의제를 보면, 기술과 사람을 함께 고려하면서 사회 변화까지 챙길지는 미지수다. 지금이라도 기술 변화가 일과 일자리의 행복으로 연결되도록 4차 산업혁명에 인간과 노동의 색깔을 입힐 때다. 일터에서 기계와 인간의 협업을 어떻게 조직할지, 달라지는 일에 맞춰 직업훈련과 전직훈련을 어떻게 할지, 디지털이 제공하는 시공간의 유연성에 노사가 어떤 제도적 합의를 할지,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한지, 임금감소가 불가피하다면 생계를 위해 차등 없이 기본소득을 제공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토론이 필요하다. 한국 경제는 최근 ‘빠른 추격자’ 전략이 한계를 노출하며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인데, 자동화·지능화에 노동하는 인간의 자율성·창의성을 결합해 혁신의 동력으로 삼아야 할 때다.

15~16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제8회 아시아미래포럼 일정. (*표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15~16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제8회 아시아미래포럼 일정. (*표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포용적 성장’, ‘사람 중심 경제’ 등 지속해서 대안 담론을 제기해온 아시아미래포럼은 올해 기계와 인간이 함께하는 좋은 일자리와 노동을 통해 우리 사회가 밝아지고 따뜻해지는 길을 찾아간다. 포럼 첫날인 15일 오전에는 리처드 프리먼 하버드대 석좌교수, 폴리 토인비 <가디언> 칼럼니스트, 세드리크 나이케 독일 지멘스그룹 부회장 등 3명의 전문가가 기조 연사로 나서 서로 다른 시각에서 일자리와 노동의 변화상을 제시한다. 일의 미래는 노동·복지제도의 미래상이다. 오후에는 가이 스탠딩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공동대표와 샌드라 폴라스키 전 국제노동기구(ILO) 부총재가 특별강연에 나서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노동이 부차화될 수 있는 미래에 노동·사회정책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이어지는 동아시아 세션에서는 경제적 혁신을 화두로 씨름하고 있는 한·중·일이 각각 어떤 전략을 마련해 밀고 가는지를 들어본다.

포럼 이틀째에는 스마트도시, 사회혁신, 직장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다양한 세션이 준비돼 있고, 오후에는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위해 노사정 대표가 논의한 결과를 발표하며 이틀간의 포럼을 마감한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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