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세금 불공평
2011년 뒤 노임단가 올랐는데
소득세 과세 방식 손질 안해
상용직 세금은 매년 현실 맞춰 개정
근로일수 줄어 소득 감소해도
세금은 되레 더 많이 내기도
정부 당국자 “문제제기 없어 몰랐다”
전문가 “소득공제 인상·추가 공제를”
2011년 뒤 노임단가 올랐는데
소득세 과세 방식 손질 안해
상용직 세금은 매년 현실 맞춰 개정
근로일수 줄어 소득 감소해도
세금은 되레 더 많이 내기도
정부 당국자 “문제제기 없어 몰랐다”
전문가 “소득공제 인상·추가 공제를”
일용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소득 과세 방식은 상용직 노동자의 경우와는 많이 다르다. 우선 상용노동자는 연간 소득 합산액에다 소득 수준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는 누진세율(6~40%)을 적용해 과세한다. 반면 일용노동자는 연간 소득이 아닌 하루 단위(일급)로 세금(세율 6%)이 부과된다. 일급이 나올 때마다 원천징수로 과세 절차가 끝나 버리기 때문에 연말정산도 없다. 인적공제나 자녀·의료비 세액공제와 같은 대부분의 소득·세액공제도 받지 않는다. 일용노동자가 받는 공제는 근로소득공제와 근로소득세액공제 두가지뿐이다.
이런 과세 방식은 연간 소득 파악이 어려운 현실과 더불어 일용노동자들의 세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1970년대에 도입됐다. 상용노동자들이 받는 각종 공제를 일용노동자는 받지 못하는 터라 얼핏 일용노동자들이 불리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소득세율 중 가장 낮은 세율이 적용되고, 일급 중 일부(현재는 10만원)는 정액 공제(근로소득공제)를 해주기 때문에 세 부담이 거의 없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이런 정책적 배려가 2011년 이후엔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2011년 이후 일용노동자들의 세 부담이 급증한 데는 최저임금과 시중 노임단가 인상에 따라 시급이 크게 오른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연간 근무일수가 늘지 않아 연 소득이 늘지 않더라도 세금을 내야 하는 일용노동자가 급증했다. 일급 기준 과세 방식으로 인해 면세점(일급 13만7천원)을 넘기는 노동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보면, 2011년 당시 일용노동자의 시간급은 9700원이나 2015년 현재 1만2900원으로 33%나 올랐다. 그러나 해당 기간 동안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월평균 근로일수는 16.7일에서 12.8일로 크게 줄어들면서 월평균 급여액은 135만5천원에서 129만7천원으로 감소했다. 소득이 줄어도 세금은 느는 역설이 발생하는 이유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노동 시장에서 고용·소득 안정성이 가장 떨어지는 일용노동자들이 상용노동자보다 세금을 더 내는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 상용노동자들은 각종 공제 덕택에 세금을 적게 내거나 아예 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근로소득자(일용직 제외) 중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중은 46%(2015년 현재) 수준에 이른다.
실제 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각 연도 국세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5년 기준 총급여(과세대상 근로소득) 3천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는 평균적으로 일용노동자보다 세금을 덜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총급여가 1천만원 이하인 경우 일용노동자는 1인당 평균 6500원의 세금을 냈지만, 일반 근로소득자의 평균 세액은 0원이다. 총급여 1천만~2천만원 사이에선 일용노동자는 4만8천원을, 상용노동자는 1만6500원을 내고 있으며, 총급여 2천만~3천만원에선 일용노동자와 상용노동자는 각각 14만원과 12만5천원을 세금으로 내고 있다.
일급 기준 과세 방식은 일용노동자 내에서 세금 형평성을 훼손하기도 한다. 연간 기준으로는 소득이 같더라도 근무일수와 일급에 따라 세액은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령 연간 일용 근로소득이 3천만원으로 같더라도 일급으로 30만원을 받고 연간 100일을 일한 일용노동자와 300일 일하고 일급 10만원을 받은 일용노동자가 부담하는 세액은 각각 54만원과 0원으로 큰 차이가 있다. 같은 이유로 연간 소득이 더 적은 일용노동자가 그렇지 않은 일용노동자보다 세금을 더 내기도 한다. 소득에 따라 세액이 달라져야 하는 조세의 일반 원칙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합리한 문제가 오랫동안 지속된 이유는 뭘까. 김재진 선임연구위원은 “일용근로자의 근로소득공제액은 2009년, 원천징수세율은 2011년, 근로소득 세액공제는 2004년에 개정된 이후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상용 근로소득은 거의 매년 소득공제, 세율, 세액공제가 개정되어 왔다”며 “일용 근로소득공제액 10만원은 2009년 이후 거의 10년째 변동이 없어서 그동안의 임금 상승률, 물가 상승률 등이 반영되지 못함으로써 일용근로자의 소득세 부담은 지속적으로 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책 당국자나 연구자, 심지어 납세자 단체 쪽에서도 일용 소득 과세의 문제점을 인지하거나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없었기 때문에 일종의 커다란 사각지대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임재현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아직까지 어떤 경로로든 일용 근로소득 과세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없었던 터라 이 문제에 대해 검토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일용 소득 과세의 불합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최근 수년간 시급이 오른 점을 고려해 근로소득공제를 현재보다 더 높이거나 일용 소득에 한해 별도의 공제제도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개선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방준호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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