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세월호 유골’ 철제 임시보관함에 5일간 방치

감춘 뼈, 이영숙씨 유해로 확인
‘점심시간’이라며 당일 늑장보고
“부본부장은 결정 못하고 고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23일 세종청사 해수부 브리핑룸에서 논란이 된 세월호 현장 유골 은폐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세월호에서 발견된 뒤 닷새가량 은폐됐던 유해가 고 이영숙씨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골 발견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던 닷새 동안 유해는 작업장에 있는 철제 임시보관함에 방치되고, ‘식사 시간’을 이유로 현장수습본부 내부 보고가 미뤄지는 등 해양수산부 현장수습본부 쪽의 안이한 대응도 일부 드러났다.

해수부는 28일 발표한 ‘세월호 유골 발견 관련 2차 중간조사 및 후속대책 기본방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식 결과 세월호에서 지난 17일 발견된 뼈 1점이 고 이영숙님의 유해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이철조 해수부 현장수습본부장과 김현태 부본부장 등은 “발견된 유해가 조은화양이나 허다윤양의 것일 것으로 확신하고 미수습자의 고통이 가중될 것을 우려해 알리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해수부는 유해 발견 사실을 언론 등을 통해 보도가 나온 이후인 지난 23일에야 이씨 가족에게 전달했다.

해수부 관계자와 선체조사위원회 조사관들의 말을 들어보면, 수습된 유골은 일반적인 경우처럼 신원확인팀 쪽 컨테이너 박스에 마련된 임시 안치실이 아닌, 발굴 현장의 임시보관함에 5일 동안 머물렀다. 해수부 관계자는 “진흙 등에서 유골을 발굴하는 진흙 분리대 밑에 철제로 유해를 보관하는 함을 만들어 두었는데, 그 함에 유골을 보관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또 유골 발견 뒤, 현장수습본부의 김철홍 현장수습반장이 2시간 뒤 김현태 부본부장에게 보고한 이유에 대해 류재형 해수부 감사관은 “점심시간이 있다 보니까 점심을 먹고 보고하자는 수습반장 판단에 따라 보고 시점이 늦어졌다는 진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에게 다시 오후 4시께 보고가 이뤄진 이유에 대해 류 감사관은 “부본부장이 당장 (보고) 결정을 하지 못하고 상당히 고민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0분 안팎에 현장수습본부와 유가족 미수습자 가족에게 발견 사실이 전달되는 일반적인 경우에 견줘, 초기 내부 대응조차 안이했다는 의미다.

이날 해수부는 선체 직립(세월호 선체를 세우는 작업) 이후, 현재 거치 상태로는 수색이 어려웠던 일부 구역에 대한 미수습자 수습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과 같은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이철조 본부장이 겸임하고 있던 세월호 후속대책추진단장을 민간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했다. 현장수습본부 조직은 출범 예정인 2기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활동 등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방준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