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겨레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연초부터 최저임금 인상과 강남 아파트값 상승, 가상통화 투기 과열 등의 경제 현안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정부가 일사불란한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 경제팀을 이끄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도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김 부총리는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가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임기내 최저임금 인상이 연착륙하도록 하는 것을 소임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현재 최저임금이 올해 16.4% 올라 월 157만원인데, 도시가구 4인가족 최저생계비 181만원에도 못미친다. 우리 정부가 3%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을 받는 분들이 인간다운 삶의 최소한도 누릴 수 없다면 성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자리 안정자금이 올 한해로 끝나면 고용 유지를 1년 이연하는 효과에 그치기 때문에 당분간 지속돼야 한다”며 “다만 현금지원 형태로 끝까지 가는 것은 재정지원의 원칙에 맞지 않는 만큼 올해 안에 간접지원 체계로 전환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임기 내에 실행을 마무리해 제도적 틀을 완성하는 것이 부총리로서의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래에 인터뷰 주요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김동연 부총리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겨레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①최저임금 인상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부각되고 있다. 정부가 대책에 나서고 있지만 실효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우리 경제구조에서 가장 구조적 문제가 양극화다. 지난해 우리 경제가 3% 넘게 성장했고 올해도 3%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때 과연 한국 경제가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측면을 봐야 한다. 다만 영세 중소기업 사업주에게는 비용 부담이 생기니 이들을 위해 일자리안정자금을 만든 것이다.”
―자영업자들 일자리안정자금 지원받으려면 고용보험 가입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서비스업의 장시간 근로자들은 연장근로 수당을 포함하면 월 190만원 지원 기준을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사업체 규모별로 고용보험 가입 여부를 따져봤는데, 5인 이상 사업체 사회보험 가입률이 90% 이상이다. 아직 가입 안 한 분들에 대해서도 5인 미만 사업장은 고용보험료 90%를 지원하고, 10인 미만 사업장은 80%를 지원하기 때문에 부담을 더실 수 있을 것이다. 월 190만원 기준은 초과수당 문제가 있어서 국회에서 예산 통과할 때 정한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보완할 계획이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현금지원을 기대해도 되는 건가.
“처음 도입 때부터 한시적으로 한다고 했다. 직접지원 형태로 계속 가는 것은 재정지원의 원칙상 맞지 않다. 하지만 현금지원을 올 한해만 하고 끝나면 고용유지를 1년 이연한 효과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올해만 하고 없애면 더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이렇게 이해해달라. 파란색을 칠해놨는데 어느날 갑자기 하얀색으로 바꿀 수는 없지 않는가. 차츰 파란색을 없애는 쪽으로 가야 한다. 즉 근로장려금(EITC) 등과 연계된 간접지원 체계로 서서히 전환해야 한다. 그런 제도의 설계뿐만 아니라 정착까지 이번 정부 내에서 완성하는 것이 책임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 문제에 있어서 제도적인 틀을 만들어놓는 것이 내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따르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현금지원이 최소 3년은 가야 하지 않나.
“최저임금 1만원은 대선 당시 야당 후보들도 공약했던 사안이다. 가야 하는 것은 틀림이 없고, 다만 시기의 문제가 남는다. 특정 연도를 잡아서 그때까지 무조건 완수한다는 것보다는 여러 상황을 돌아보면서 조금 신축적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영세자영업자가 도태되는 문제도 있다. 그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지 않나?
“우선 소상공인 지원이 일자리 안정자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낸 대책이 76개다. 거기에는 카드수수료 인하, 상가임대료 인상 상한률 인하 등 간접지원이 많이 있다. 임차상인 계약갱신 요구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것도 국회에 법률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이런 지원들에도 불구하고 정말 힘든 상황인 분들에 대해서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있다. 이것은 단지 소상공인뿐 아니라 우리 사회 노동안정 유연성을 높이는 문제다. 올해 1인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고용보험료 30% 지원을 시작했고, 실업급여와 지급기간도 확대를 추진중이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보통 실업급여를 1년반 주는 데 우리도 이를 어느 정도 올리고, 그 다음 단계에서 올릴 때는 유연성 문제도 함께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자, 이런 그림을 가지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겨레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②강남 집값 과열
―최근 몇주째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최근 집값은 강남4구 등 특정 지역의 재건축·고가아파트 중심으로 과열되는 모습이다. 실수요인 전월세시장이 안정적이고 올해 주택공급물량도 예년에 비해 증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상승에 기댄 투기수요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투기행위에 대해서는 최고수준으로 단속에 나서는 한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양도세 중과를 통해 가수요에 기댄 이익도 환수하겠다.”
―정부가 다주택자를 규제하다 보니 이른바 ‘똘똘한 한채’만 갖겠다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오히려 아파트값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어떻게 보는가.
“강남 주택보유자들이 집을 안 내놓아서 집값이 오른다는 지적 있는데, 통계를 보면 최근 몇년보다 지난해 12월 거래량이 많기 때문에 그건 아닌 것 같다. 똘똘한 한채 이야기도 나오는데, 현재 시장에서 분명히 투기적 수요는 있는 것 같다.”
―보유세 조기 인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금까지의 정부 공식 입장으로 보면 추진 및 시행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데.
“추측성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언제, 어떻게 하겠다는 걸 이야기한 적은 한번도 없다. 실무적으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해왔고 현재도 계속하고 있다. 보유세는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부담 형평성, 거래세와 보유세 비중 등 조세정책적 측면,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결정하려고 한다. 언제, 어떤 결정이 될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하는 등의 방안을 쓰면 올 상반기에도 가능한 것 아닌가.
“맞다. 시행령만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은 행정부 의지만으로도 할 수 있다. 다만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재 80%에서 100%로 인상해도 효과가 상당히 미미하다. 재산가액 합산 10억원어치 주택을 보유한 사람의 경우 세부담 증가는 1년에 28만원 수준이고, 1가구 1주택자는 9만원에 그친다. 심리적 영향은 있을지 몰라도 실제 임팩트는 크지 않다. 또 (실거래가의 60~70% 수준인) 주택의 공시가격 자체를 올리는 경우는 서울뿐 아니라 지방까지 전체 부동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있다).”
―보유세 개편 땐 주요 정책 타깃층이 누구인가? 3주택 이상 다주택자뿐 아니라 고가 1주택자는 어떻게 되나?
“고가주택보유자와 다주택자 등의 조세부담 형평성을 균형 있게 고려하겠다. 우리가 다주택자에 좀더 초점을 맞춰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1가구1주택자도 검토해야한다는 논리도 일리가 있다. 예를 들어 3주택 보유한 사람 다 합친 것보다 더 큰 1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어떻게 할 것이냐, 그런 문제도 나오기 때문에 균형 잡히게 봐야 할 것 같다. 다만 아무래도 다주택자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맞다.”
―일부에선 고위공직자부터 다주택을 처분해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을 편다.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답변하기 어려운 문제다. 지금 현직에 있는 공직자들이 투기적 수요로 집을 사들였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 나름의 형편에서 이유가 있었을 거다. 다만 투기적 사유로 산 것이라면 일반 국민보다 솔선수범해서 정부 정책방향에 맞춰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정부 교육정책이 강남 일반고 선호 수요를 높이면서 집값상승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정부 자사고 정책과 강남 집값 영향을 언급하는 분들 있는데 실증적 증거가 없으니 우리가 함부로 이야기하긴 곤란하다. 다만 강남 부동산 문제를 거론하면서 교육정책까지 아우르면서 봐야 하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보유세 인상이 당장 추진되는 대책이 아니라면 정부가 집값을 잡을 수 있는 다른 정책수단은 무엇인가.
“현재 상황이 특정 지역 국한된 것이냐, 확산 우려가 있느냐 등을 모두 감안해서 정책을 써야 한다. 공급대책을 포함해 여러 정책수단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너무 집값 문제에만 천착해서 쫓아가듯이 매번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좀 더 큰 시각으로, 긴 안목으로 보면서 가려고 한다.”
김동연 부총리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겨레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③가상통화
―가상통화 투기 과열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정부가 사태를 방치해온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오명까지 붙고 있는데, 향후 대책은?
“신속하게 종합적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다. 가상통화에 대해선 비이성적 투기가 있는 것은 분명하고, 정부가 적정 수준의 규제를 빨리 만들어야겠다는데 대해서는 관계부처 모두 같은 생각이다. 다만 어떻게 할 것인가는 협의 중에 있다. 예컨대,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부터 평가제 도입, 거래실명제 등 여러 대안을 놓고 검토중에 있다. 국무조정실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이른 시간 내에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가상통화 규제와 블록체인 기 술 발전을 분리해서 대응한다고 했다. 분리 대응이 가능한가?
“블록체인 기술이 숲이라면 가상통화는 그 숲에서 우뚝 자란 나무다. 문제가 된 나무에 대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규제를 만들어서 빨리 대처해야 하지만 숲은 건전한 나무들이 자라게끔 생태계 조성에 신경써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분리 대응을 한다는 것인데) 부처별로 기자들 질문에 갑자기 답을 하다 보니 마치 정부가 블록체인과 가상통화를 분리해서 보는 것처럼 알려졌다. 두 가지가 완전히 분리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과세 방안 논의는 진전이 있나? 부가가치세를 매기는 방안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 아닌가? “민관 태스크포스를 통해 논의를 하고 있고 해외 사례를 조사중에 있다. 외국의 경우에는 양도세를 매기는 식으로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그렇게 하려면 가상통화의 본질이 무엇인지 등부터 시작해서 해외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까지 들여다봐야 한다. 정부 규제 내용이 정해질 때 과세안까지 포함될 수 있도록 작업은 하고 있다.”
박현 경제에디터, 허승 정은주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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