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와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 공동으로 ‘2018 서울 사회적경제 지방선거 매니페스토 협약식’을 열었다. 서울 사회적경제 공약 권고안에 동의하고 매니페스토 실천에 참여하겠다는 서약을 한 각 당 후보와 관계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목전이다. 집집마다 선거공보가 발송됐으며, 8일과 9일에 걸쳐 사전투표도 진행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각 유권자는 광역단체장과 지역구 광역의원, 기초자치단체장과 지역구 의원, 비례대표 광역의원과 비례대표 기초의원, 시도교육감 총 7명을 뽑아야 하는데, 서울 송파을과 노원병 등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열리는 12개 지역에선 1명을 더 뽑는다. 유권자마다 7표 혹은 8표를 행사해야 한다. 그런데 하루 앞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과 다음날 개막하는 러시아 월드컵은 물론이고, 서로 헐뜯는 공방전으로 선거판까지 혼탁해지면서 유권자 무관심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우리 지역 후보자들의 정치철학과 공약은 무엇인지, 공약에 필요한 재정은 얼마나 되며, 재원 마련 방안은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비교하기도 어렵다. 공약가계부라도 작성해야 할 판인데, 그나마 비교할만한 정책근거도 빈약하다. 지난 4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이하 매니페스토본부)가 발표한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기상도' 분석 결과는 ‘천둥·번개·소나기'로 뒤덮혀 있다. △선거공약서 발표 여부 △선거공약서 발표의 구체성 △후보자 정책 공약 발표 여부 △후보자 정책공약 내용의 구체성 △후보자 정책토론회 불참 여부 등의 점수를 합산해 분석하는 방식이었다. 매니페스토본부는 “유권자에게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선거공약서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는 것은 선거를 정책 대결로 이끌어가려는 의지조차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4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서 발표한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기상도'.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지역사회 유권자들의 의사를 정책공약에 반영하고 실행을 촉구하는 풀뿌리 정책선거 운동이 눈에 띈다. 지방선거 사회적경제 공통공약 개발 워크숍(4월4일), 6·13 지방선거 사회적경제 정책 토론회(5월11일), 지역에너지전환 매니페스토 협약식(5월16일),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 정책토론회(5월18일), 서울 사회적경제 매니페스토 협약식(5월23일), 성북지역 시민제안정책 간담회(6월8일) 등 시민사회단체와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후보자 200여 명의 동의와 실천 약속 받아내
지난달 23일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주최한 ‘서울 사회적경제 지방선거 매니페스토 협약식’은 서울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서울시에 출마하는 후보를 대상으로 ‘공약권고안’을 약속하고 실천하도록 촉구하는 자리였다. ‘공약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서울의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등 각 부문 협의체와 각 자치구 사회적경제 네트워크 단위에서 제안한 내용을 정리해 12개의 공약으로 발표했다. 지난달 30일 현재 57명의 후보자들이 해당 공약권고안에 동의하고 실천을 약속했다.
후보자들에 앞서 시민사회의 의제에 지방정부협의회가 먼저 응답하고, 직접 공약 채택 견인에 협력하는 사례도 있다. 시민사회단체, 에너지관련 전문가, 사회적경제조직, 민관협력기구 등으로 구성된 ‘지역에너지전환을 위한 전국네트워크’를 주축으로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지속가능발전 지방정부협의회, 에너지 정책 전환을 위한 지방정부협의회 등 5개 기관이 결합한 네트워크 조직인 ‘지역에너지전환 매니페스토 협의회’가 그 예다. 지역중심의 에너지 전환 정책 실천과 분권적 에너지 정책의 수립을 주요 정책의제로 채택되도록 견인하는 일을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역에너지전환 매니페스토 협의회는 지난달 16일 ‘지역에너지전환 매니페스토 협약식’을 연 데 이어, 6월8일 현재 후보자 242명의 동의와 실천을 약속받았다.
지난달 16일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지역에너지전환 매니페스토 협의회’가 ‘지역에너지전환 매니페스토 실천 협약식’을 열었다. 각 정당의 정책위원들이 지역에너지전환 정책공약 제안에 동의하고 매니페스토 실천에 참여하겠다는 협약서에 사인하고 있다. 류홍번 지역에너지전환을위한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 최시은 우리미래 정책국장, 김주온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이현정 정의당 지속가능한생태에너지본부장, 손솔 민중당 공동대표(청년민중당 대표), 이회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이광재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사무총장(왼쪽부터).
자리에 참석한 전국자치분권개헌 추진본부 상임대표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서울이나 경기 등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에서 지역에너지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선 살아가는 방식과 원리를 근본적으로 새로 고민해야 한다”며, “매니페스토 운동을 통해 지역일꾼과 시민이 상호 실천을 약속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재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압축 산업화 과정에서 희생을 전제로 한 불균형한 에너지 배분정책이 있었다”며, “지역에너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정책개발과 실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열린 ‘2018 서울 사회적경제 지방선거 매니페스토 협약식’에서 한 후보가 ‘사회적경제 공약실천을 위한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글·사진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 gobog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