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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을의 눈물을 ‘공갈죄’로 옭아매는 ‘신종 갑질’은 위헌”

등록 2018-12-04 10:10수정 2018-12-04 10:55

태광공업 전 경영진, 대구고법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2013년 이후 ‘신종 갑질’ 11건에 달해…7건은 실형 확정
1993년 설립된 태광공업은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사인 서연이화에 부품을 납품해왔다. 손영태 전 회장은 서연 쪽이 매년 3~6%씩 일률적으로 단가 인하를 압박했다며, 서연에 50억원을 받고 주식과 경영권을 넘긴 것도 무리한 단가 인하로 경영난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태광공업 제공
1993년 설립된 태광공업은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사인 서연이화에 부품을 납품해왔다. 손영태 전 회장은 서연 쪽이 매년 3~6%씩 일률적으로 단가 인하를 압박했다며, 서연에 50억원을 받고 주식과 경영권을 넘긴 것도 무리한 단가 인하로 경영난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태광공업 제공
2012년 태진정밀공업(징역 3년)과 진서테크(징역 6년), 2013년 지아이에스(징역 3년), 2014년 남양테크(징역 2년6개월), 2015년 두성테크(징역 2년6개월), 2016년 서진스텝스(징역 2년6개월). 최근 수년간 업체 대표가 처벌을 받은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들이다. 현대차 등 완성차업체들의 2차 이하 협력사들로 1차 협력사(대기업)로부터 오랫동안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갑질’을 당하다가 부도위기에 몰렸고, 부품공급이 어렵다고 통보한 뒤 보상을 받거나 회사 경영권을 매각했다가 공갈죄(납품공급 중단)로 처벌받은 것이 공통점이다.

이들 업체만이 아니다. 태광공업·대진유니텍·태양오토모티브·승보오토모티브 등 4개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미래텍은 지난 7월 같은 혐의로 고소당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정부가 동반붕괴 위기에 처한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 지원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1차 협력사의 2차 이하 협력사에 대한 ‘신종 갑질’이 <한겨레> 취재로 확인된 것만 6년 동안 11건에 이른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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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2차 협력사인 태광공업은 최근 대구고등법원(재판장 박준용 부장판사)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까지 냈다. 부도위기에 몰린 태광공업은 2017년 4월 현대차 1차 협력사인 서연이화의 오랜 갑질에 따른 손실보전 차원의 자금지원 또는 경영권 인수를 요청했다. 서연이화가 이를 거부하자 태광은 부품공급이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그 뒤 서연이화는 태광 경영권을 인수하고 대출금 463억원에 대한 손 전 회장의 연대보증을 풀어주기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서연이화는 경영권을 인수하자마자 이런 계약을 맺은 것은, 부품공급을 중단하겠다는 태광 쪽의 공갈협박 때문이라며 고소했고, 검찰과 1심 법원은 서연이화의 손을 들어주었다. 손 전 회장 쪽은 즉각 항소해 2심 재판을 받는 중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것이다.

손 전 회장은 “완성차업체-1차협력사-2·3차협력사로 이어지는 하도급거래는 종속관계여서 계약조건에 대해 대등한 협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오랜 갑질에 시달리다 한계상황을 맞은 중소 납품업체를 공갈협박죄로 처벌하는 것은 갑질에 대해 항의조차 제대로 못하도록 재갈을 물리는 행위”라고 항변했다. 그는 검찰과 법원이 ‘갑의 도우미’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손씨 부자는 1심 재판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했으나 재판장이 편파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 전 사장은 “배심원 9명 중 태광의 공갈·협박 때문에 서연이화가 계약을 맺었다고 인정한 것은 4명뿐이다. 3명은 서연이화의 필요성(안정적 부품공급) 때문이라고 봤고, 2명은 아예 무죄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판사가 원고 쪽 편을 들고 배심원 평결을 존중하지 않은 채 유죄를 선고했다”는 것이다.

검찰·법원의 태도는 실제 중소기업들이 집단적으로 부품공급 중단을 내걸고 단가인하를 요청하는 현실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태광의 법률대리인인 조인명 변호사는 “중소 주물업체들은 2008년 최저임금 인상, 원·부자재값 폭등 등이 납품단가에 반영되지 않아 고사 위기에 몰리자, 납품단가를 올려주지 않으면 부품공급을 중단하겠다고 결의했을 때 삼성전자, 현대차 등은 공갈죄로 고소하지 않고 납품단가를 올려줘 타협했다”고 말했다.

태광공업과 미래텍은 항소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유사사건 피해자들과 함께 헌법재판소에 직접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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