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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국내 조선업 ‘1강1중’ 체제로…저가 수주 출혈경쟁 해소 기대감

등록 2019-01-31 21:49수정 2019-02-01 10:28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인수 추진

세계 1·2위 조선사 합병 성사땐
수주잔량 표준화물선 365척 규모
국내 선박수주 1위 탈환 이어
과당경쟁 해소로 수익성 커질 듯

공정위·주요국 결합심사 통과 등
국내외 독과점 논란 숙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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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사실상 인수하는 절차에 전격 돌입함에 따라 국내 조선산업은 ‘1강 1중’ 구도의 빅2 체제로 재편되고, 조선업 재도약의 기틀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31일 선박 수주잔량과 건조능력에서 세계 1, 2위인 두 회사의 ‘깜짝 합병’ 소식에 전세계 조선업계가 놀랐고, 산업은행·현대중공업·대우조선은 회사와 노동조합 모두 긴박하게 움직였다. 두 회사는 통합을 통해 글로벌 수주시장에서 그동안 과잉공급 및 과당 출혈경쟁에 따른 ‘저가 수주’를 어느 정도 해소하고 선박 수주 가격을 끌어올려 수익성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라크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현대중공업그룹 조선계열(현대삼호중공업 및 현대미포조선 포함)의 총 수주잔량은 1114만5천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279척)이고 건조능력은 763만2천CGT(도크 16개)에 이른다. 생산능력과 수주잔량에서 모두 부동의 세계 1위다. 대우조선의 수주잔량은 584만4천CGT(86척), 건조능력은 309만5천CGT(도크 6개)로 세계 2위다. 삼성중공업은 수주잔량 472만3천CGT(88척), 건조능력 297만2천CGT(도크 8개)로, 수주잔량에서 일본 이마바리조선소(3위)와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조선소(4위)에 이어 세계 5위다. 지난해 한국은 세계 선박 발주량 2860만CGT 가운데 1263만CGT(44%)를 수주해 2011년 이후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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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 3사는 수주하는 물량이나 선종이 대개 엇비슷하다. 회사마다 가스선(LNG), 유조선(VLCC 등), 컨테이너선 등 특정 선종에 기술적 강점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즉 선박 발주자 입장에서 두 조선사는 서로 대체관계에 있어 합병에 따른 상호 보완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두 회사가 결합·통합되면 조선산업 수익성을 깎아먹는 요인으로 지목돼온 글로벌 수주시장 과당경쟁을 줄여 수주 선박가격(선가)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글로벌 선박수주 시장에서 지난 3~4년간은 ‘발주자 우위’ 시장 판도였다. 이에 따라 모든 선박에 걸쳐 신규 선가는 그야말로 ‘역사적 최저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글로벌 조선업황이 되살아나면서 조선사, 즉 수요자의 협상력이 점차 커지는 쪽으로 바뀌고 있고, 두 기업이 결합하면 독과점 지배력을 활용해 수주 가격 협상에서 훨씬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건조능력 및 생산설비에서 낭비·중복 등 비효율이 제거되는 장점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 3사의 엘엔지선 건조능력이 연간 총 50척 정도인데 전세계 발주는 60척가량이다. 합작법인이 총 건조능력을 30척으로 줄이면 수주 선가는 오르게 될 것”이라며 “합작 조선사가 어떤 선종을 공략하게 될 것인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현재 대우조선은 수주해놓은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지만 지난 2~3년간 워낙 저가에 수주한 터라 수익성에 의문이 제기돼왔다. 일감 절벽을 겪어온 현대중공업으로선 대우조선 수주물량을 일감으로 채워 넣을 수 있게 된다. 통합으로 ‘규모의 경제’ 구축 및 원가 절감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꾀해 수익성 문제와 일감 문제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이 대우조선에 대한 정책금융기관 대출·보증지원을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 금지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무역분쟁 이슈로 떠오른 사정도 산은이 민영화를 전격 추진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세계 1위의 거대 조선사 탄생으로 즉각 불거질 수 있는 독과점 논란은 풀어야 할 과제다. 두 회사가 결합하면 시장 점유율이 50% 가까이 이른다. 공정거래위원회뿐만 아니라 유럽 등 다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이 이 대목을 이미 충분히 검토해 심사 통과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노조는 이날 “갑작스러운 인수합병 소식에 혼란스럽다”고 밝혔고, 대우조선노조는 “동종사(조선업) 매각 반대, 당사자(노동조합) 참여 보장”을 내걸며 “일방적 매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양사가 합치는 게 아니라 조선지주회사 밑에 동등한 자회사로 편입되는 것이라서 ‘불가피한’ 인위적 구조조정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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