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북 제재로 북한의 대외교역이 크게 위축된 반면 내부 경제 상황에는 아직 큰 충격이 관측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 경제에 큰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는 공통적이다.
2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북한경제리뷰> 2월호를 보면 지난해 북한이 전적으로 의지해온 대중국 수출이 한해 전보다 87% 감소했다. 이전 제재 때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던 북한의 대중국 수입도 지난해 33% 감소했다. 이종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7년 결의된 4개의 (대북 제재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2018년 북한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내용이 포함됐고 과거 결의안과 달리 민생부문에도 제한을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대외교역이 ‘붕괴 수준’에 이른 상황이지만, 북한 내부 경제의 충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이석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같은 간행물에서 “지난해 북한의 식량 사정은 예년에 비해 크게 악화한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전력 등 일부 산업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엇보다 북한의 시장물가가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대외교역과 내수 사이에 엇갈린 모습을 두고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대외 부문 충격이 대내 부문으로까지 전면화하지 않고 버텨내고 있다”는 쪽과 “북한 경제가 이미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이 부딪히는 것이다. “버티기에 성공하고 있다”는 주장은 북한이 아직 최소한의 경제 상황을 유지할 만한 달러를 보유하고 비공식 교역을 이어가고 있다는 추정에 근거한다. 또 현재 북한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수입대체 국산화 정책도 어느 정도 공급 부족을 만회하고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발휘했을 수 있다.
반면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과거와 달리 북한이 비공식적으로 외화를 구할 통로 자체가 줄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 특성상 내부 상황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실제로 외화 공급이 큰 폭으로 줄었고, 이는 자산 가격 하락 등 내부 경제에 이미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제재로 인한 대외 충격 속에서 북한이 향후 지속적으로 내수를 지탱하기는 어렵다. 이석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9년은 북한의 산업 및 실물 부문에 있어 분기점이 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해 경제제재가 해제될 가능성이 희박해질 경우 북한 산업 및 실물 부문이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회담이 잘 진전돼 대북제재 완화 여건이 조성되면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남북경협을 물밑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