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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삼성 감시위가 이재용 집행유예를 위한 발판이 될 것인가

등록 2020-02-07 19:59수정 2020-02-08 02:30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가 지난 1월9일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가 지난 1월9일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에서는 조만간 이례적인 재판 일정이 진행된다. 삼성이 불법행위에 자정 노력을 보여주겠다며 ‘준법감시위원회’(감시위)를 만든 데 대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심리 중인 파기환송심 재판부에서 ‘전문심리위원회’를 만들어 효용성을 살펴보기로 했는데, 곧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논의를 시작한다. 한마디로 ‘감시위를 감시하는’ 위원회를 재판 안에 꾸리려는 과정이다.

감시위는 물론 ‘감시위를 감시하는’ 위원회를 두곤 시작부터 말이 많다. 삼성 감시위는 재판부의 주문에 따라 만들어졌다. 지난해 10월 정준영 재판장은 “같은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준법 감시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삼성은 이에 화답하며 감시위를 조직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의 발 빠른 대응에 재판부는 감시위 활동을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전문심리위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범죄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선 얼마큼의 형량을 선고하느냐가 남은 이슈다. 앞서 대법원이 이 부회장의 회삿돈 횡령 및 뇌물 공여 혐의에 유죄를 선고하며 범행이 이 부회장 개인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대가성이었다고 판단하면서 파기환송심에서 실형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이 부회장에겐 5년 이상으로 예상되는 징역 기간을 재판부의 대폭적인 감경을 통해 3년으로 끌어내린 뒤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게 최선이다. 그런데 재판부가 처음부터 감경 요인의 발판을 마련해주고 재판을 시작하는 모양새다. 경제사범 재판에서 이런 전례는 없었다. 특정 피고인에게만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어서 형평성과 적절성 논란이 인다.

감시위 운영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감시위는 회사가 제공하는 정보에 국한해 활동한다. 이 부회장은 피고인 당사자인 동시에 막강한 그룹 총수다. 그의 관할에서 자유로울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당장 감시위에는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이 들어가 있다. 이 부회장과 서울대 동양사학과 선후배 사이로, 그룹 안에서 이 부회장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소수 인물 중 하나다. 감시위의 독립성엔 물음표가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감시위에는 삼성의 회삿돈이 투입된다. 이 부회장의 회삿돈 횡령에 의해 촉발된 조직 운영에 또 회삿돈이 들어가는 것이다.

특별검사팀은 감시위 활동이 양형에 반영되는 데 반대 입장이다. 애초 오는 14일 공판준비기일이 잡혔다가 충분한 의견 제시를 위해 일정이 미뤄졌다. 다음에 잡힐 재판에선 이 부회장 쪽과 특검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감시위와, 감시위를 감시하는 위원회에 삼성의 경영권 승계 이슈와 관계가 깊은 전직 고위 법관들이 연관된 점도 눈길을 끈다. 감시위의 위원장은 김지형 전 대법관이 맡았다. 그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을 통해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불법으로 승계했다는 혐의에 2009년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할 때 주심이었다. 이번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에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포함하자고 제안했는데, 그는 최순실(최서원)씨가 연관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에 참여했다. 이 부회장은 최씨 딸 쪽에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 중이다.

실형이든 집행유예든 유죄가 확정되면 공은 이후 법무부 장관에게로 넘어간다. 회삿돈 횡령 등 경제사범의 관련 회사 취업을 제한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재직에 제동이 걸리게 되는데, 이는 법무부 관할이다. 취업 제한 위반자가 있을 때 법무부 장관은 기업에 해임을 요구해야 하고 기업의 장은 지체 없이 따라야 한다. 이전 정부에서 이 의무를 한번도 이행하지 않아 해당 조항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특정경제사범 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지난 1월 경제사범 관리위는 첫 의결을 내놨다. 그런데 취업 제한 대상자의 기업에 해임을 요구하는 조처가 아니라 반대로 승인하는 내용이었다. 한 익명의 취업 제한 대상자에 대해 “피해 업체가 가족 회사인 점 등을 감안”했다며 취업을 승인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특경가법의 취업 제한 조항 말미에 ‘다만, 법무부 장관이 승인하면 취업할 수 있다’는 문장이 담겨 있는데 이를 적용한 것이었다.

이 부회장은 실형으로 죗값을 치를 것인가, 형의 집행이 유예될 것인가. 형 확정 뒤 부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을까, 내려놓게 될 것인가. 본격적인 논의가 곧 시작된다.

송경화 산업팀 데스크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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