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서관 1층에 들어서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경제개혁연대는 28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삼성 지배권 승계 의혹사건에 대해 내린 결정을 비판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26일 현안위원회를 열어 검찰 수사팀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한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내어 “삼성 지배권 승계 사건의 경우 사건 자체가 복잡하고 어려워 반나절 동안의 토론만으로 판단내리기 어렵다”며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 결정에 검찰이 기속된다면 향후 아무리 복잡하고 전문적인 경제범죄 사건도 반나절 토론으로 국민정서에 기대어 결정하는 황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물산 시세조종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의 위법성 문제는 지속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 외에는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과 갈수록 교묘해지는 자본시장 교란 범죄를 포괄적으로 막기 위해 도입된 자본시장법의 부정거래행위는 자본거래의 전체적인 흐름을 세밀히 이해해야만 범행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법원이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소명됐고 검찰이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점과 “사건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와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힌 것을 언급하며, 검찰과 영장전담판사가 법정에서 결정하는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을 뒤집는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이 ‘상식밖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에서 “재벌이 불법행위로 수사를 받더라도 검찰의 기소 전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하여 국민들에게 호소함으로써 사건 자체를 비범죄화하는 전략에 나설 것”이라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취지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음을 우려했다.
경제민주주의21, "검찰 견제위한 도구가 최대재벌 재판 장애물 전락"
경제민주주의21도 28일 성명을 통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 결정을 비판하고 검찰의 이재용 부회장 기소를 촉구했다.
경제민주주의21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불기소 방지 목적으로 도입된 수사심의위원회가 대통령도 매수할 수 있는 우리나라 최대 재벌의 총수를 법정에 세우는 것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전락”했다며 “대검찰청 예규에 따라 설치된 심의기구가 헌법에 따라 설치된 법원의 재판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됐다고 주장했다.
경제민주주의21은 수사심위원회의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는 △분식회계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내부문건 △이재용 관련 문자열 삭제 및 증거 은폐 △삼성바이오 회계조작으로 이미 기소돼 재판중인 사실 등을 모두 무시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검찰 수사 기록이 20만쪽에 달하고, 공소장만 150여쪽에 달하는 복잡하고 난해한 사안을 50쪽 짜리 문건 2개에 의존해 하루 만에 올바로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지난 26일 각각 논평과 성명을 통해 법원이 “기본적 사실관계 소명과 검찰수사를 통한 증거확보”를 통해 범죄 혐의가 사실상 된다고 판단한 사안에 대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 권고를 한 사실을 비판한 바 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