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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선제적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주가 버블’ 위험 막아야”

등록 2021-01-13 04:59수정 2021-01-13 11:43

곽정수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신관호 고려대 교수

닷컴 버블 때도 경고 무시하다 대폭락
한은·금융당국 구두경고로 그쳐선 안돼

부동산 편중에서 주식으로 다변화 긍정적
동학개미 무리한 ‘빚투’ ‘영끌’은 큰 위험

코로나 상황 때문에 금리인상은 힘들어
재정지출 효율화 필요…재난지원 선별로
신관호 고려대 교수가 11일 오전 고려대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신관호 고려대 교수가 11일 오전 고려대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코스피가 새해 들어 사상 첫 3000시대의 문을 열면서, 단기 주가급등에 대한 거품·과열 우려가 제기된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많이 풀린 과도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한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묻지마 투자’에 대한 지적도 많다. 하지만 이른바 ‘동학개미’는 삼성전자 등 선도기업의 실적 향상과 2차전지·바이오 등 미래형 새로운 산업의 등장에 주목한다. 반면 중앙은행과 정부는 금융-실물 간 괴리 확대에 대해 공개경고에 나섰다. 당국은 어떤 정책 대응이 필요하고, 개인 투자자는 어떤 태도가 현명할까?

신관호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지난 11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에서 <한겨레>와 만나 “사전적으로 버블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면서도 “중앙은행과 정부는 금융시장 불안정이 더욱 심해지기 전에 말로만 그치지 말고 실질적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 상황에서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인상보다는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버블 붕괴 이후 사후적으로 수습하는 것은 너무 어렵고,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역사적으로 버블 때마다 산업구조 등 미래 패러다임의 변화를 강조하며 거품으로만 보면 안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결국 그 믿음이 깨졌다”면서 “개인이 무리하게 빚을 내서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주가 급등에 대해 거품·과열 논란이 뜨겁다.

“버블의 존재에 대해 경제학자들도 공통된 견해가 없고, 버블인지 아닌지를 말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은 유진 파마 미국 시카고대 교수와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가 공동 수상했다. ‘효율적 시장가설’로 유명한 파마는 수상 강연에서 ‘버블은 존재하지 않는다. 버블이라는 것을 제대로 정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실러는 몇가지 그림을 보여주며 ‘이것이 바로 버블’이라고 정반대 주장을 폈다. 또 전형적인 버블로 1929년 대공황, 2000년 닷컴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꼽았다.”

―과열이나 거품 여부를 판단하는데 버핏지수(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주가수익비율 등 여러 잣대가 동원된다. 이런 기준들은 유용하지 않은가?

“이런 기준들로 보면 현재 주가가 상당히 고평가된 것은 사실이다. 이윤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실러의 ‘PE RATIO’도 최근 버블 판단 기준인 30을 넘었다. 이 지수는 대공황 때 30을 넘었고, 2000년 닷컴 버블 때는 40을 넘었다. 닷컴 버블 당시 미국 증시는 역사상 가장 고평가됐다. 많은 사람이 인터넷에 기반한 새로운 산업과 기업에 주목하며 엄청난 수익을 기대했다. 과거 잣대로는 말이 안되는 수준까지 주가가 급등해도, 앞으로 전개될 상황이 과거와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전제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하지만 결국 인터넷 비즈니스의 수익률이 기대만큼 높지 않게 나오면서 나스닥 지수가 80%나 폭락했다.”

―미래가 어떻게 달라질 것이냐가 관건인데?

“하나는 이자율이 말도 안되게 낮아졌다. 이자율이 내리면 동일한 이익이 나더라도 자산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낮아진 이자율이 앞으로도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할 것이다.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니라 경제구조의 변화 때문이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경제구조가 완전히 달라져 균형 이자율이 낮아졌다는 ‘장기 경기침체론’을 편다. 다른 하나는 슈퍼스타 기업의 등장이다. 미국 아이티(IT)업계를 선도하는 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 이른바 ‘팡(FANG)’ 기업들은 독점력 강화를 토대로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주가에 이런 요인들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경제·산업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주장이 많다. 기존 반도체 외에도 2차전지, 바이오, 인터넷 분야까지 유망기업들이 새롭게 부상하면서, 올해 상장사 순이익도 지난해보다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여기에 새롭게 2차 전지, 바이오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순이익은 증가할 전망이고, 이를 반영해 주가가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아직 전체 경기는 안좋다. 상당수 기업은 빚도 많고, 언택트 내지 디지털 경제 중심의 패러다임 재편 과정에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동학개미’가 주가 3000시대의 1등 공신으로 꼽힌다.

“동학개미가 생각보다 스마트한 투자를 하면서 수익도 올리고, 주가를 지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국민의 자산 포트폴리오가 부동산 편중에서 벗어나 금융자산 특히 주식으로 다변화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지속해서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개인은 기관이나 외국인보다 정보가 적고, 투자기법도 떨어진다. 또 보유자금의 한계 때문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여러 종목에 나눠 투자하는 분산투자도 어렵다. 미국도 많은 국민이 주식투자를 하지만, 대부분 간접투자다.”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직접투자를 많이 하는 데는, 금융기관이 믿음을 주지 못하는 요인이 큰 것 같다.

“맞다. 기관을 믿고 간접투자한 개인들이 과거 여러 차례 큰 손실을 보았다. 뮤추얼펀드부터 최근 옵티머스사태까지. 그래서 개인들이 직접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가 상승에 대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시대’에서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로의 전환을 강조했는데?

=그동안 한국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요인이 뭐냐? 후진적 기업지배구조가 가장 큰 요인이다. 일반 소액주주는 기업의 이윤이 나면 배당으로 나눠줄 것이라는 기대로 투자한다. 그러나 재벌들은 이익이 나면 배당은 거의 안하고 총수일가 보유 기업에 일감 몰아주기로 이윤을 빼돌려 왔다. 이래서는 주가가 오르기 힘들다. 지난해 12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 지배구조 개선 조항이 포함된 공정경제3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일부 조항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것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이 안된다.”

―주가 상승 배경으로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꼽힌다.

“버블만큼은 아니지만 유동성도 과잉이냐 아니냐 판단이 어렵다. 유동성이 무엇이냐, 어떻게 측정하냐에 대해서도 속 시원히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 일반적으로는 이자율이 내려가서, 많은 사람이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으면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사상 초유의 저금리다.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기업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대출을 많이 받고 있다. 유동성이 과잉 상태라고 생각한다.”

―과잉 유동성의 위험 정도를 판단하는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지?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민간신용과 국내총생산(GDP)의 비율이다. 민간신용은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를 합친 것이다. 경제가 발전하면 금융도 발전하고 신용 제공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당연히 부채 규모도 커지는 게 정상이다. 문제는 국내총생산은 늘어나지 않는데 부채만 늘어나, 금융과 실물의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국내 가계부채는 2020년 3분기 국내총생산 대비 100.6%다. 2019년말 95.3%에서 5.3%포인트 급증했다. 반면 미국은 81.2%, 선진국 평균은 78%다.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소득이 줄고 국내총생산이 역성장하는데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것은 분명 우려스런 일이다. 다만 국가 간 가계부채 비율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제도가 다르고 나라마다 빚을 내는 이유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세대출 많아 가계부채 늘리는 요인이 된다. 반면 미국은 월세 위주여서 전세대출이 필요 없다. 가계대출 규모와 함께 증가 속도도 중요하다.”

―야당이 부동산정책 실패를 추궁하자, 정부는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과잉 유동성을 꼽는다.

“원론적으로는 정부 주장이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니다. 이자율이 하락하면, 자산가치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1억원의 전세대출을 받아, 이자로 1천만원을 부담했다고 치자. 이자율이 낮아져 100만원만 부담하게 되면, 2~3억원으로 전세대출 늘려도 세입자의 실질 부담은 이전보다 작다. 이자율이 내려가면 전세가와 집값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관건은 이자율 하락보다 집값 상승이 과도하냐, 아니냐일 텐데.

“유동성 문제로 변명하기에는 집값이 과도하게 올랐다. 부동산정책 요소가 반영된 것이다. 주택 공급을 줄이고, 양도세 등 거래비용이 늘어난 게 집값 상승 요인이 됐다. 반면 보유세 강화는 집값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의 하나로 양도세 인하론 제기된다.

“양도세가 지나치면 주택거래를 제한하게 된다. 집을 팔아도 세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면 거래 유인이 작아진다. 양도세를 줄이면 주택거래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미국은 집을 팔아 양도 차익이 발생해도, 더 비싼 집을 새로 사면 양도세 부과를 미뤄준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가 11일 오전 고려대 연구실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신관호 고려대 교수가 11일 오전 고려대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부총리가 연이어 금융-실물 괴리 확대로 인한 리스크를 경고했다.

“경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금융 불균형과 버블 위험이 커지면서 미국에서 중앙은행 역할에 관한 논쟁이 벌어졌다. 그린스펀 연준 의장은 중앙은행이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만약 버블이 붕괴되면 그때 청소하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2000년대 닷컴 버블이 붕괴되면서 엄청난 주가 폭락이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었다. 중앙은행의 생각이 맞는 것으로 인식됐고, 그린스펀도 명성을 얻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도 부동산 버블이 심각했다. 버냉키 연준 의장이 그런스펀의 기조를 유지해서 선제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실물경제가 완전히 회복이 안됐다. 버블이 붕괴되면 심각한 위기가 오고, 중앙은행이 그때 나서면 이미 늦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금융위기 이후 많은 나라의 중앙은행이 금융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우리나라도 2011년 한은 설립 목적에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을 추가했다. 중앙은행은 금융 불안정에 관심을 갖고, 나무 심각해지기 전에 경고하고 과열이 안되게 사전적으로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 실제 권한를 가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경제를 총괄하는 경제부총리와 협력해야 한다.”

―부채를 얻어 주식이나 집을 사는 ‘빚투’,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프린스턴대의 아트피 미안 교수와 시카고대의 아미르 수피 교수는 가계부채가 단기간에는 경제성장에 도움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도움이 안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사람들이 부채를 늘리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미래가 좋아질 것 같다는 전망이다. 부채가 큰 부담이 안되기 때문에 대출을 늘려 투자를 한다. 또 하나는 은행들이 부채 증가를 조장하는 경우다. 노무현 정부 때 카드 사태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바로 서브프라임 사태다. 정상적으로는 대출이 안되는 사람들에게 집을 산다고 하면 무조건 돈을 빌려줬다가 부실화되었다. ‘빚투’도 주가상승이 지속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부실화될 수밖에 없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 20년을 겪은 이유도 동일하다.”

―돈이 많이 풀린데 따른 향후 인플레 우려는?

“옛날 같으면 돈을 많이 풀면 당장 인플레가 생기는 것이 경제 원리였다. 하지만 최근 양상을 보면 미국과 선진국이 엄청나게 돈을 풀어도 인플레는 없다. 비주류 경제학자인 현대통화이론(MMT) 주창자들은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국채발행 대신 중앙은행에서 돈을 찍어서 지급하자고 주장할 정도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 지금 인플레가 낮은 이유는 경기가 나쁘기 때문이다. 늘어난 돈을 회수하지 않은 채 경제가 회복되면 인플레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한국은 경기가 회복 돼도 옛날처럼 빠른 성장은 어렵다. 고령화 때문 경제 활력이 떨어져, 인플레 우려는 상대적으로 적다.”

―코로나 위기 때문에 당장 금리인상은 어려울 것 같은데, 중앙은행과 정부가 어떤 정책 대응이 필요할까?

“지금 상황에서 선제적인 금리 인상은 너무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영세 자영업자가 겨우 연명하는 현실에서 금리인상은 힘들다. 대신 타깃을 정해서 거시건전성 정책을 펴야 한다. 초점은 지나친 부채 증가를 막는 것이다. 동학개미들의 ‘빚투’는 위험하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규제가 필요하다.”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실질적인 조처 없이 구두경고에 그친다면, 나중에 일이 터졌을 때를 대비한 일종의 알리바이 만들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맞는 얘기다. 말로만 그치지 말고 실질적으로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 한은 설립 목적에 금융안정이 들어갔지만 실제로는 할 게 없다는 말을 한다. 금융당국도 금융기관 적정성 중심으로 본다. 국가경제 전체의 건전성 문제를 살피는 것아 미흡하다.”

―<한겨레> 분석 기사를 보면, 코로나 극복을 위한 재정 확대로 국가 부채가 증가했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증가율이 낮다. 반면 가계대출은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가 부담을 가계에 넘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정 부분 맞는 얘기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브랑샤는 코로나를 맞아 정책 당국자는 2단계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 당장은 대부분 국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이번 사태를 막자는 태도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 뒤치다꺼리가 문제가 부각될 것이다. 선진국은 국가부채가 늘어도 괜찮다. 국가 신인도, 기축통화 발행 등으로 감당할 수 있다. 이자율도 낮다. 하지만 신흥시장 국가는 회의적이다. 코로나 고비를 넘겨서 국가부채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신흥시장 국가에서 돈을 빼내고, 이것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한국은 어느 쪽일까?

“경제 발전 수준으로 보면 선진국에 속해 있지만, 위험에 대한 취약성 측면에서는 아직도 신흥시장에 가깝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를 갖고 있다. 급하면 통화를 풀어 대응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의 원화는 어렵다. 한국은 국가부채가 너무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코로나 때문에 재정지출을 늘리더라도 효과적으로 해야 한다.”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전 국민 대상으로 하느냐, 피해계층 중심의 선별적 지원이 맞느냐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피해는 취약계층에 집중해서 발생하고 있다. 나 같은 교수는 원격수업을 해도 영향이 별로 없지만, 대면 서비스업을 하는 사람들은 임대료도 못 낼 정도다. 재정 지원은 이들에게 직접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편적 지원보다는 선별적 지원이 필요하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소비가 줄었다. 위기가 진정돼야 보편적 지원을 통한 소비진작과 경기 활성화 효과가 가능하다.”

―개인과 가계의 바람직한 태도는?

“개인들이 주식으로 수익을 내야한다는 조바심이 과도한 것 같다. 평소에 주식 생각이 없던 사람들까지 투자에 나서고, 심지어 빚까지 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여윳돈으로 하면 위험이 덜한데, 빚투는 잘못하면 파산 위험이 있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너무 낙관적 기대만 갖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과거에도 미래에 대해 너무 낙관적인 생각을 갖고, 기존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생각으로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많은 역사적 사례가 있다. 닷컴 버블 붕괴가 대표적이다. 옛날 잣대로는 비정상이지만 세상이 바뀌었다며 경고를 무시했다. 지금도 유사한 상황이다. 과거 경험으로 보면 패러다임의 전환은 말처럼 쉽지 않다.”

곽정수 논설위원 jskwak@hani.co.kr

차기 한은 금통위원 ‘유력 후보’

신관호 교수는 누구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경제학자 중 한명이다. 지난해 상반기 금통위원 교체 때도 언론에서 마지막까지 후보로 거론됐다. 그만큼 거시경제와 금융 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와 저술 활동을 하는 학자로 인정받는다는 얘기다. 지난해에는 다산경제학상을 받았다.

신 교수는 초기에는 경제의 불확실성이 투자 주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주력했다. 이후 한국 경제가 국민소득 1만4천달러 정도에서 성장률이 하락하는 함정에 빠진 다른 나라들과 달리 장기간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으나, 결국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연구 결과를 실증적으로 입증한 저서를 미국 하버드대 출판부를 통해 발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가 외국에서 빌린 단기 차입금의 증가가 신흥국 금융위기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연구해 금융위기 예방을 위한 거시건전성 정책 수립에 기여했다. 최근에는 고령화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극복 방안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신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미국 유시엘에이(UCLA)에서 거시경제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캔자스대 조교수를 거쳐 1998년부터 고려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은행분과 위원장과 한국경제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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