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매각 협상에 참여했던 미 자동차유통기업 HAAH오토모티브가 쌍용차 사전회생계획안(프리패키지드플랜·피플랜) 진행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매각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2일 최대현 산은 선임부행장은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과 잠재적 투자자(HAAH오토모티브) 사이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더 이상 투자유치협의회를 통한 추가 협상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쌍용차가 구체적인 피플랜 관련 회생계획안을 준비 중이며, 잠재적 투자자는 1월 중순 방한 이후 쌍용차의 자료 제출이 늦어지자 최종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출국했다”고 말했다. 그는 “피플랜은 잠재적 투자자의 투자를 전제로 하므로 투자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산은의 금융 지원을 결정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산은은) 투자 이행과 쌍용차 사업계획의 타당성을 확인한 후 피플랜 동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대주주 마힌드라그룹과 HAAH오토모티브 사이의 협상이 결렬되자 지난달 신속하게 채무 조정을 할 수 있는 피플랜으로 가닥을 잡았다. 주식 감자로 대주주 마힌드라 지분율(75%)을 낮추고 2억5천만달러 규모 유상증자로 HAAH오토모티브가 대주주(51%)가 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HAAH오토모티브가 피플랜 진행을 결정하지 못하고 주채권자인 산은도 동의를 미루면서 사실상 피플랜을 개시하기 어려워졌다. 피플랜이 시행되려면 채권단 절반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산은은 HAAH오토모티브의 자금 지원 요구에 대해서도 신규 투자 유치가 먼저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안영규 산은 기업금융부문장은 “잠재적 투자자가 투자금에 상응하는 자금 지원을 채권단에 요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잠재적 투자자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제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채권단이 사업계획을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며 투자 계획이 포함된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이 마련되면 평가를 거쳐 금융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투자 유치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쌍용차가 회생절차(옛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도 높아졌다. 최 부행장은 “만약 투자 유치가 실패하거나 피플랜 진행이 불가능할 경우 쌍용차는 통상의 회생절차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자동차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략적 투자자의 협조를 통한 정상화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쌍용차는 이날 내부 공지를 통해 오는 3일부터 사흘간 조립1·3팀이 휴업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오는 5일 부품 공급 현황을 검토한 후 휴업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신다은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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