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개인정보 문제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디지털 광고 분야를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어 플랫폼 업계의 데이터 수집 행위를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경쟁법으로 다루게 될지 주목된다.
공정위는 정보통신기술(ICT)전담팀 내에 디지털 광고 분과를 신설했다고 7일 밝혔다. 2019년 만들어진 ICT전담팀은 감시분과 내에 앱마켓, O2O플랫폼, 반도체, 지식재산권 등 4개의 세부분과를 운영해왔는데 이번에 총 5개과로 늘어난 것이다. 디지털 광고 분과의 인력은 총 4명으로, 광고 플랫폼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를 상대로 불필요한 서비스 이용을 강제하거나 경쟁사와의 거래를 방해하는 행위 등을 집중 감시할 계획이다.
이는 최근 공정위가 플랫폼 업계의 데이터 착취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온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 공정위는 디지털 광고 분과가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기 위해 이용자 데이터를 기만적으로 수집·연계·결합하는 행위를 살펴볼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사 앱만으로는 맞춤형 광고를 제대로 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3의 앱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자사 앱 데이터에 연계하는 경우가 많다”며 “데이터를 확보한 다음에 발생하는 불공정거래행위 등이 아닌 데이터 수집과 결합 단계 그 자체를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공정거래법으로 다룰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논쟁적인 이슈이기도 하다. 2019년 독일 연방카르텔청은 페이스북이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착취해 경쟁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시정조치를 내렸다. 페이스북은 그동안 페이스북 계정이 연동된 다른 앱에서 생성된 이용자 데이터를 페이스북 계정에 통합해왔다. 연방카르텔청은 이를 두고 페이스북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소비자를 착취했다고 판단하면서, 주요 근거로 유럽연합 일반 개인정보보호법(EU GDPR)을 들었다.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연계에 대해 제대로 된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취지다. 이는 경쟁당국이 개인정보보호법을 근거로 사건을 처리한 첫 사례다.
데이터는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 규제와 밀접한 이슈다. 플랫폼 업계가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데에 데이터가 주요한 역할을 하는 탓이다. 경쟁당국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지난 4월 애플 앱스토어 방침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하면서 데이터 문제를 언급했다. 당시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위원은 “인앱결제 시스템을 통해 애플이 얻은 데이터는 다른 음원 스트리밍 사업자들이 얻을 수 없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며 “한 예로 고객이 구독을 중단했을 때 앱 사업자는 그 이유를 알 수 없고 고객과 소통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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