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25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오른쪽)과 부인 김건희씨(가운데)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기에 앞서 강기정 당시 정무수석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2012년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으로부터 신주인수권을 30% 싼값에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이듬해 이 신주인수권을 되팔아 약 8개월 만에 83%의 수익률을 거뒀다. 윤 전 총장 쪽은 “특혜가 아닌 정상 거래”라고 해명했지만, 권 회장이 원금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신주인수권을 김씨한테 싸게 넘긴 것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7일 도이치모터스의 2011년 12월 공시를 보면, 권 회장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 250억원을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발행한 뒤 곧바로 신주인수권(269만7841주)을 주당 278원에 샀다. 이어 권 회장은 이듬해 11월 신주인수권 51만464주를 김건희씨에게 주당 195.9원에 장외 매도했다. 권 회장이 원금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김씨에게 30%나 싼값에 넘긴 것이다. 김씨는 이듬해인 2013년 6월 이 신주인수권을 ㅌ사모펀드에 주당 358원에 되팔아 약 8개월 만에 83%의 수익률을 거뒀다. 이날 윤 전 총장 쪽은 “김씨가 신주인수권을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매각했고, 그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정상 납부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 쪽은 이날
‘김건희-도이치모터스 수상한 증권거래 또 있었다’는 제목의 <한겨레> 기사에 대해 “특혜 거래인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김씨와 권 회장이 수년에 걸쳐 증권 거래를 한 이유나 배경은 설명하지 않았다.
앞서 <한겨레>는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2012~2013년에도 권 회장과 특혜성 증권 거래를 통해 차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권 회장이 왜 지속적인 거래를 통해 김씨에게 금전적 이득을 챙길 수 있는 기회를 준 건지 의문이 커진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 쪽은 입장문에서 “2012년 11월13일 도이치모터스의 신주인수권 1억원을 매수했다”면서도 “이는 정상적인 거래일 뿐 특혜 거래가 전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투자자) 8명이 동일하거나 거의 비슷한 가격으로 신주인수권을 매수했다”고 밝혔다.
<한겨레>가 도이치모터스의 공시(2012년 11월16일)에서 확인한 신주인수권 매수자는 5명이다. 김건희씨의 주당 매수가는 195.9원이다. 다른 두명도 같은 값에 샀다. 반면 또다른 2명의 매수가는 274.7원과 222.5원이다. 이들에 견주면 김씨는 다른 매수자보다 12~29% 정도 싸게 산 것이다. 이를 ‘거의 비슷한 가격’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 전 총장 쪽은 “신주인수권 행사 최저가액(3892원)보다 당시 주가(3235원)가 낮아 신주 전환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투자한 것”이라는 해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신주인수권은 주가의 변동성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전문가들은 주가 하락으로 행사가가 최저가액(대개 첫 행사가의 70%)으로 하향 조정될 때가 투자 적기라고 본다. 이후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매매된 코스닥 종목의 신주인수권 20개 중 3개도 주가가 행사가보다 낮지만 거래가 활발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윤 전 총장 쪽의 설명처럼 불분명한 상황에서도 김씨가 과감하게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건, 향후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 혹은 확신이 있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