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실손보험료가 크게 오르면서 1~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은 보험료가 적지만 비급여 치료금액이 많을수록 보험료가 할증된다. 평소 병원을 잘 안 가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4세대로 전환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비급여 치료를 많이 받아야 하는 사람은 기존 보험을 유지하는 게 낫다.
28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된 이후 10월까지 신규 가입하거나 1~3세대에서 전환한 가입자는 총 30만명이다.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 3900만명의 0.8% 수준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4세대 상품이 출시되기 전 1·2세대 가입자들이 3세대로 많이 갈아탔기 때문에 아직은 4세대로 전환이 활발하진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4세대 가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4세대 실손보험은 1~3세대보다 보험료가 적고 병원 치료 시 내는 자기부담금 비중이 높다. 금융위원회 자료를 보면 40살 남자 기준 1세대 평균 실손보험료는 월 4만749원, 2세대는 월 2만4738원, 3세대는 1만3326원, 4세대는 1만1982만원이다. 4세대 가입자는 비급여 진료비를 청구하지 않으면 이듬해 보험료를 5%가량 할인받는다. 반면 비급여 진료비를 연간 300만원 이상 쓸 경우 보험료는 3배 뛴다.
1세대 실손보험은 대부분 치료비 전액을 보장받는다. 2세대부터 표준약관을 도입하면서 급여·비급여 등 조건에 따라 치료비의 10~20%를 가입자가 내는 자기부담금 제도가 생겼다. 3세대 자기부담률은 급여 10~20%, 비급여 20~30%다. 4세대는 급여 20%, 비급여 30%로 최저 기준이 올랐다.
3세대부터는 대표적인 과잉진료로 꼽히는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의 보장 횟수를 연간 각각 50차례로 제한했다. 4세대부터 도수치료는 10차례 받을 때마다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검사 결과를 토대로 효과를 확인한 경우 연간 최대 50차례 보장한다. 영양제·비타민 주사 등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에 따른 약제 효능을 보기 위해 치료받는 경우 보장한다.
구세대 보험 가입자일수록 보장을 폭넓게 받는다. 특히 비급여 진료에 충분한 보장을 받기 원하면 1~3세대 보험을 유지해도 된다. 다만 급격히 오르는 보험료가 부담이다. 최근 4년간(2017~2020년) 실손보험의 위험보험료는 연평균 13.4% 인상됐다. 특히 일부 가입자가 병원을 돌아다니며 과도하게 보험금을 챙겨가는 바람에 보험금 청구를 거의 하지 않는 다수 가입자의 보험료가 오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의 90.5%가 보험금 청구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
금융위는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하면서 1~3세대 가입자도 쉽게 4세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보장종목을 확대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심사 없이 갈아탈 수 있다. 4세대 전환 뒤 6개월 이내에 보험금 수령을 하지 않았다면 기존 상품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금융위는 “보험료, 보장범위, 자신의 건강상태와 의료이용 성향 등을 따져보고 4세대 전환이나 신규 가입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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