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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4년 논란 끝에…암 보험금 안 준 삼성생명, 결국 ‘중징계’

등록 2022-01-26 17:56수정 2022-01-27 02:32

요양병원 암치료 보험금 부지급 496건
금융위 “치료 목적 입원 맞다” 기관경고
앞으로 1년 동안 신사업 진출 못해
삼성생명 깃발.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삼성생명 깃발.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암환자들과 보험금 미지급 문제로 4년여간 갈등을 겪은 삼성생명에 결국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가 확정됐다. 이에 삼성생명과 자회사는 향후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신사업에 진출하지 못한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정례회의를 열어 삼성생명이 암환자들에게 약관에 따른 입원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보험업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1억5500만원을 부과하라고 의결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금융위는 삼성생명이 부당하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금융감독원이 지적한 519건 가운데 496건을 보험업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금융위는 “519건에 대해 의사 자문을 진행했고 이 가운데 496건은 보험약관 상 ‘암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한 입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암환자들이 약관에 따라 정당하게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삼성생명이 보험금을 주지 않아 보험업법의 약관 준수 의무(127조의3)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분쟁은 지난 2018년 무렵부터 논란이 됐다. 요양병원이 증가하면서 암환자들이 요양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사들은 ‘암 직접 치료가 아니다’라며 거절해 분쟁이 급증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에서 대부분 보험사들은 금감원의 지급권고를 받아들였지만 삼성생명은 일부만 수용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2019년 삼성생명 종합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암 환자들이 약관에 따라 청구한 519건을 보험사가 객관적인 증거 없이 보험금을 주지 않았다”며 과징금 부과와 기관경고 등을 의결했다. 금감원이 판단한 보험금 미지급액수는 17억원에 이르렀다. 과징금 부과는 금융위 의결사항이어서 이날 금융위 심의를 통해 최종 확정했다.

금융위는 이날 삼성생명의 암보험금 미지급 외에 계열사 부당 지원 사안은 금감원의 과징금 부과 결정을 취소했다. 삼성생명은 자사 시스템을 구축해주기로 한 삼성에스디에스(SDS)가 계약기간 내에 이행하지 못했는데도 계약서에 의해 받게 돼있는 지체상금(지연배상금) 158억원을 받지 않았다. 앞서 금감원은 종합검사에서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에게 자산을 무상으로 양도해서는 안된다’는 보험업법 111조를 위반했다고 보고 역시 기관경고와 과징금 119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삼성생명의 행위는 “지체상금 청구는 보험업법에서 규정한 ‘자산의 무상양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대신 금융위는 삼성생명에 지체상금 청구가 적정하게 이뤄지도록 업무처리절차를 개선하라고 조치명령했다. 입법 미비로 처벌할 수는 없으나 해당 행위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봤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향후 비슷한 사례를 막기 위해 대주주 거래 제한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보험업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관경고가 확정된 삼성생명은 향후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신사업에 진출하지 못한다. 삼성생명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카드도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기 어려워졌다.

삼성생명 징계안은 금감원의 종합검사 착수(2019년8월)부터 금융위 심의까지 이례적으로 2년5개월이나 걸렸다. 금융위 심의 과정에서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는 삼성생명에 유리한 쪽으로 법해석을 내려 “금융위가 삼성생명 봐주기를 하는 것 아니냐”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쟁점이 많고 복잡한 사안이어서 제재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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