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의 한 시중은행에서 고객들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코로나19로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껶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겨냥해 2년 간 진행해온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처의 3월 말 종료를 앞두고 금융당국과 은행 등 금융권이 ‘연착륙’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해당 조처 종료 이후 자칫 대규모 부실 사태와 같은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종료 여부는 대선이 끝난 뒤 3월 말 직전에 결정될 여지가 크다.
7일 오후 금융위원회는 은행 등 금융권 관계자들과 ‘소상공인 비금융 지원 방안’을 주제로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한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황 유예 조처가 내달 말 종료될 상황을 대비하는 차원이다. 앞으로 당국은 주요 시중은행 여신 관련 담당자들과의 면담도 추진키로 했다.
앞서 당국은 지난해 4월 금융권에 지원 조처 종료 이후 나타날 충격을 덜기 위한 ‘5대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대출자 상황에 맞는 컨설팅을 금융회사가 제공하고 원리금 분할 상환 기간을 유예 기간(지원 기간)보다 더 길게 가져가며, 중도 상환수수료를 받지 않는 등이 핵심이다. 실제 주요 금융회사가 검토 중이거나 조기 상환을 원한 대출자에게 적용하는 방안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한 예로 신한은행은 대출자에게 분할상환 기간을 총 유예기간의 3배(최대 5년)까지 늘려주고, 유예된 이자는 유예기간의 5배(최대 5년)까지 납부를 미뤄준다. 하나은행도 정부 조처 종료 뒤에 대출자 상황에 따라 일괄상환이나 선택 상환, 만기까지의 잔여기간에 나눠서 분할 상환 등 다양한 상환 선택권을 부여한다.
정부와 금융권이 ‘연착륙’ 방안을 검토하는 까닭은 지난 2년 간 지원 규모가 300조원(지원 총액 기준)에 이를 정도로 큰 데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상당수가 여전히 채무 상환 여력이 부족한 터라 자칫 대출 부실이 급격히 불어날 수 있어서다. 금융위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전 금융권 지원 잔액만 만기 연장 대출 115조원을 포함해 모두 132조1천억원에 이른다.
이런 까닭에 실제 예정대로 내달 말 금융 지원 조처가 중단될지는 미지수다. 대출자들과 금융회사가 감당하기 어렵거나 연착륙 방안이 미흡할 경우엔 다시 연장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 2020년 4월부터 시작된 이 지원 조처는 모두 세차례 연장된 바 있다. 특히 내달 초 예정된 대통령 선거 결과도 해당 조처 연장 여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융당국도 지원 조처 중단에 무게를 두면서도 연장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지원 조처는) 3월 말 종료가 원칙”이라면서도 “코로나19 방역 상황, 금융권 건전성 모니터링 결과 등 여러 가지 상황 변화를 고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당국은 실제 종료 여부를 종료 시점 막바지에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지원 조처 연장부터 별도의 지원 기금 조성 등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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