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발전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감독 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보수를 아우르는 금융 분야 학자·전문가 312명이 각 대선후보 캠프를 향해 현재 권한이 비대한 금융위원회를 해체하고 정부로부터 독립된 민간 금융감독기구를 설치하라고 촉구했다.
금융분야 학자 15명으로 구성된 ‘금융감독 개혁을 촉구하는 전문가 모임’(금개모)은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제·금융학자, 전문가 312명이 서명한 ‘금융발전과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금융감독개혁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금개모는 “대선 공약이 연일 발표되지만 우리나라 금융 문제의 근본 해법을 고민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 금융분야 학자·전문가를 대상으로 서명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서명에 참여한 이들은 ‘금융산업 육성정책’과 ‘금융감독 권한’을 모두 가진 금융위원회의 기능을 쪼개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3년 카드사태나 최근 사모펀드 부실사태처럼 금융위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풀다보니 이를 견제해야 할 감독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소비자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감독업무를 집행하는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의 지도·감독을 받는 상하관계에 있다.
이들은 “금융산업 육성정책은 경제정책부처로 이관하고 감독기능은 독립된 공적 민간기구가 책임을 갖고 맡아 금융감독이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하고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독립된 민간금융감독기구가 대형 금융회사의 로비에 포섭되지 않도록 국회 등 외부 감시장치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현재 금융감독 관행이 지나치게 복잡한 규정을 해석하는 데 치중해 있어 감독 사각지대가 생기므로 감독기구가 적절한 재량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감독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오래된 주제이지만 이를 주장하는 학계의 목소리는 과거보다 커졌다. 지난 2013년 저축은행 사태의 후속책으로 금융산업-감독정책 분리 논의가 진행되던 당시 금융학자·전문가 143명이 금융감독기구 독립을 주장하는 ‘올바른 금융감독체계 개편 촉구’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올해는 참여 인원이 두 배 이상 늘었다. 금개모는 “금융감독 개혁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것에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있다”며 “각 대선후보 진영이 금융개혁과제를 공약에 반영하고 차기정부가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금개모는 김대식 한양대 교수, 이인실 서강대 교수, 전성인 홍익대 교수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인실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통계청장을 지냈고 전성인 교수는 대표적인 진보학자다. 서명에 참여한 312명 가운데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윤석헌 전 금감원장도 포함됐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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