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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고객님, 석달간 안 쓴 넷플 해지할게요” 누군가 실시간 추천해준다면…

등록 2022-06-20 09:00수정 2022-06-20 09:28

국내 ‘마이데이터뱅킹’ 어디까지 왔나
아직 금융정보 통합 안내인 기초 단계
해외는 상품 갈아타기 등 방법 안내해
유료 서비스 등 구독 취합하고 해지도
소비자의 구독료를 관리해주는 네덜란드 은행 에이비엔암로는 넷플릭스·유튜브 등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서비스를 은행 앱에서 바로 해지해주고 있다. 자료 사진 : 언스플래시
소비자의 구독료를 관리해주는 네덜란드 은행 에이비엔암로는 넷플릭스·유튜브 등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서비스를 은행 앱에서 바로 해지해주고 있다. 자료 사진 : 언스플래시

“현재 평균 대출 금리가 연 4.7%네요. ㅇㅇ은행 상품으로 갈아타는 건 어떨까요?”

최근 자고 일어나면 치솟아 있는 대출 금리. 은행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누군가 실시간으로 관리 방법을 알려준다면 어떨까.

‘손 안의 금융비서’라고 불리는 초개인화 뱅킹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초개인화 뱅킹은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여러 회사에 흩어져 있는 금융 정보를 모아 소비 분석, 자산 관리, 맞춤형 상품 추천 등을 해주는 디지털 서비스다.

국내에서도 올 초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작됐다. 그러나 아직은 각 기관의 금융 정보를 통합해 알려주는 정도의 걸음마 단계다. 반면 해외는 통합된 금융 정보를 기반으로 부채 부담을 줄이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거나, 매월 결제해야 하는 구독료(넷플릭스·유튜브 등)의 안내 및 해지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등 조금 더 세밀한 사업으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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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은 ‘초보’ 금융비서

“이번 달 지출의 35.9%는 온라인쇼핑, 17.6%는 교통비네요.”

19일 기자가 케이비(KB)스타뱅킹 앱의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하자, 이 달 지출액이 스마트폰 화면에 떴다. 가입 시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 은행, 카드사, 네이버페이 등의 지출 내역이 통합돼 ‘가계부’ 형태로 제공됐다. 최근 택시 이용과 네이버페이를 통한 온라인쇼핑이 잦다고 느꼈는데, 마이데이터는 이 같은 소비 행태를 지출 종류별 비중으로 알려줬다. 다가오는 정기지출 항목에는 이달 말 결제해야 하는 통신요금 내역이 정리돼 있었다. 개인정보 제공 동의에 통신사를 추가해 서비스가 제공된 것으로 보인다.

자산 항목으로 가니, 각 금융기관에 있는 예·적금, 대출 내역 등이 나왔다. 대출 상세 분석을 누르자, 대출 금액과 종류, 가중평균금리, 예상 월 이자, 신용 점수 등을 볼 수 있었다. 스마트폰에는 “지난달과 대출금액이 같네요. 대출은 소소익선, 적을수록 좋아요”라는 문구가 떴다.

국내 마이데이터 사업은 지난 1월부터 본격 시작됐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33곳이다. 은행은 케이비국민·신한은행 등 10곳, 카드사는 비씨·하나카드 등 6곳, 증권사는 미래에셋·키움증권 등 4곳이다.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토스 등 핀테크 업체도 10곳이 참여하고, 저축은행·상호금융·신용평가사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의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는 은행·보험·증권·카드·저축은행·통신사·전자금융업체 등 총 417곳이다.

은행은 예·적금 계좌 잔액, 거래내역, 대출잔액·금리 및 상환정보 등을 제공한다. 보험사는 주계약·특약사항, 보험료 납입내역 등을 공유하고 있다. 카드사에서는 결제내역, 포인트 현황, 카드론 내역 등의 정보를 받을 수 있다. 통신사의 통신료 정보, 소액결제 이용내역, 국세청의 국세 납세증명도 정보 제공 대상이다.

KB금융 마이데이터 앱 화면 갈무리
KB금융 마이데이터 앱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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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대출 알려주는 ‘웰스파고’, 구독료 한 번에 조회 및 해지 ‘에이비엔암로’

국내 마이데이터 사업은 아직 금융정보를 통합해 제공하는 초기 단계다. 흩어진 금융정보를 한눈에 보고 관리할 수 있도록 정리해주지만, 여기서 더 나아간 맞춤형 서비스는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출은 개인 상황에 맞는 대환대출, 금리 인하 요구 등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기존 금융상품을 단순히 소개해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초개인화 뱅킹에 일찍 뛰어든 일부 해외 금융기관은 통합한 금융정보를 2차적으로 분석·가공한 서비스를 내놓는 모습이다. 미국 은행 웰스파고(Wells Fargo)는 수집한 소비자의 모든 대출 정보를 바탕으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은행 앱에서 금리인하, 조기상환, 기간 연장, 상품 갈아타기(대환대출) 등 실시간으로 개인에 맞는 최적의 방안을 알려준다. 또한 매월 개인의 금융 활동 정보를 분석해, 구체적인 신용등급 개선 방안까지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작지만 쏠쏠한 서비스도 있다. 네덜란드 은행 에이비엔암로(ABN AMRO)는 소비자의 구독료를 관리해준다. 넷플릭스·유튜브 등 소비자가 구독 중인 서비스를 모두 모아 정리해주며, 결제금액을 월·분기별로 집계해준다. 또한 구독이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은행 앱에서 바로 해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우리은행이 최근 업계 최초로 구독(바디프랜드·빨간펜·한국야쿠르트 등)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출시했으나, 에이비엔암로와 다르게 구독 조회만 가능할 뿐 은행 앱에서 해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넷플릭스 온 뱅킹’(Netflix on Banking)을 내세운 은행도 있다. 아일랜드 은행 뱅크오브아일랜드(Bank of Ireland)는 넷플릭스 서비스를 차용해 이용료를 받고 고객에게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 상품을 단순히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시간으로 소비자 정보를 업데이트한 후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다. 넷플릭스 앱을 열면 나의 성향에 맞는 드라마 및 영화가 맨 앞에 추천으로 뜨는 것처럼, 은행 앱을 키면 신규 가입 때 좋은 금융 상품, 지금보다 혜택이 좋은 금융 상품이 매 순간 제공된다.

실직 등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은행 앱에서 자산 관리 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뱅크오브아일랜드는 월별 필수 생활비, 예비비로 저축 가능한 금액, 예상 자금 준비기간 등을 분석해 제공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마이데이터 사업은 시행 초기인 까닭에 금융정보 취합과 맞춤형 상품 추천을 위주로 초개인화 뱅킹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글로벌 은행과 같은 세밀한 관리, 실시간 추천·고객 응대, 금융 행동 예측 등은 부족한 상태다”라고 짚었다.

자료:우리금융그룹
자료:우리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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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발전 관건은 ‘데이터 확보’

국내 마이데이터 사업이 해외처럼 발전하려면 데이터 수집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마이데이터는 이용자의 계좌·결제내역 등 정보를 모아 자산관리·상품추천 등을 해주는 서비스다.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이용자의 소비·저축·투자 습관을 정확히 파악해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런데 데이터 확보에는 개인정보 침해라는 위험이 존재한다. 이에 마이데이터 사업은 데이터 수집과 개인정보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게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해외보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늦게 시행했는데, 그만큼 개인정보 보호 장치는 신경을 많이 쓴 상태다. 해외 초개인화 뱅킹 사업자들은 주로 고객 정보를 스크래핑(긁어오기)해 데이터를 모은다. 스크래핑은 사업자가 고객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금융회사 누리집에 접속해 화면에 보이는 정보를 긁어오는 방법이다. 아이디·비밀번호 유출 우려가 있고, 사업자가 과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이에 비해 국내는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방식으로만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에이피아이는 프로그램끼리 데이터를 주고받는 규칙인데, 이용자가 정보 제공 회사에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정보를 전송하라’고 요구하면, 정보 제공자는 고객이 허용한 정보를 마이데이터 사업자 쪽에 보내는 절차를 거친다. 스크래핑 방식보다는 개인정보가 더 안전하게 공유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에는 소비자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개인정보 보호 기준과 금융 관련 규제 등을 지켜야 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며 “앞으로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이 발전 방향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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