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무산된 28일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모습. 연합뉴스.
‘쌍용차 인수를 미끼로 주가를 부양해 사실상 한 몸통인 투자조합들이 불법 이익을 얻었다. 이 세력들 중 일부는 다른 상장사(현대사료)에서도 주가를 조작했다.’
쌍용차 인수에 나섰다가 불공정 거래 논란을 일으킨 에디슨모터스 쪽을 조사한 금융감독당국의 판단이다. 자본시장의 범죄 세력이 지난해 회생절차(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대형 완성차 업체와 여론, 주식시장 투자자들을 상대로 ‘간 큰’ 주가조작을 벌였다는 이야기다.
2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감독원 특별조사국은 에디슨모터스 쪽을 대상으로 한 기획 조사에서 이런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달 22일 이 사건을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에 신속 수사 전환(패스트트랙) 사건으로 이첩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회생절차를 개시한 쌍용차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며 시작됐다. 전기버스 회사 에디슨모터스와 투자조합들은 쌍용차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통로로 삼겠다며 한 코스닥 상장사(에디슨이브이)를 인수했다. 그 뒤 이 회사 주가가 급등하며 조합들이 ‘먹튀’ 행각을 벌였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금감원 조사 내용을 보면, 이들이 에디슨이브이 경영권을 인수했던 지난해 5~6월 조직적인 시세조종(주가조작)이 이뤄졌다. 에디슨이브이를 통해 쌍용차를 인수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소식을 시장에 퍼뜨리곤 비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실제 에디슨이브이 주가는 지난해 5월31일부터 6월15일까지 보름 사이 7차례 상한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28일 주당 7100원이던 주가는 같은 해 6월16일 4만7950원으로 575% 급등했다. 이들은 에디슨이브이 주식 매입자금 조달 경로를 허위로 공시하는 등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의 비전이 밝아 자기 돈을 투자하는 것처럼 가짜로 꾸민 것이다.
당시 에디슨모터스 쪽 지인들이라고 알려진 투자조합들은 조합을 5개로 쪼개 에디슨이브이 주식을 나눠서 인수했다. 상장사 최대주주가 되면 주식 매도를 1년간 제한하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들을 사실상 한 몸으로 보고, 조합들이 주식 대량 보유(지분 5% 이상 보유) 보고 의무를 어겼다고 판단했다. 조합원 50명 이상이 에디슨이브이 주식을 인수하면서도 회사 쪽이 금융당국에 투자 위험 등을 담은 증권 신고서를 제출해 심사받지 않은 것도 공시 위반으로 적발됐다.
에디슨이브이 주가조작에 관여한 이아무개씨 등은 다른 상장사에서도 비슷한 수법을 썼다. 금감원은 코스닥 상장사 현대사료(‘카나리아바이오’로 사명 변경)에서도 올해 3월 시세조종이 이뤄진 혐의를 잡아 검찰에 에디슨모터스 사건과 함께 넘겼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 상장사들에 주가조작) ‘선수’가 붙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현대사료 주가는 지난 3월 한달 사이에만 7차례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회사도 에디슨이브이와 비슷하게 이 시기에 최대주주가 바뀌며 바이오사업 진출을 추진했다.
금감원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남부지검은 해당 회사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디슨이브이(현재 ‘스마트솔루션즈’로 사명 변경)는 회계감사 법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으며 지난 3월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이 회사 소액주주는 지난 6월 말 기준 10만4615명, 주가가 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11월 평균 종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소액주주들의 주식 투자 금액은 최대 7700억원에 이른다. 피해액이 7천억원을 넘는 셈이다.
에디슨모터스는 금감원 조사 결과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카나리아바이오 쪽은 “금감원이 요청한 자료를 모두 제출했고 자체 검증 등을 거쳤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지난해 6월부터 에디슨모터스 및 투자조합들의 비정상적인 상장사 인수 행적과 여기에 연루된 특정 인물들이 현대사료 등 다른 상장사에도 관여해온 사실 등을 연속 보도했다. 그러나 지난 4월에야 본격 조사를 시작한 감독당국의 늑장 대처로 에디슨모터스 건은 자본시장의 이른바 ‘선수’들이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쌍용차를 불법 주가조작 등의 먹잇감으로 삼은 희대의 사건으로 남게 됐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