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15개월새 0.50%에서 3.0%로 치솟으면서 전체 가계대출 연간 이자는 약 33조원 더 늘어나게 됐다. 예를 들어 지난해 7월 3억6천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김아무개씨(37)의 월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은 142만원에서 264만원으로 120만원 넘게 껑충 뛴다.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는 차주들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전체 가계대출 연간 이자는 3조3천억원씩 증가한다. 한은이 지난해 8월부터 이날까지 기준금리를 2.50%포인트 올렸으므로, 전체 가계대출 연간 이자는 15개월 전보다 33조원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연말 은행권 주담대 금리 상단은 8%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4.89~7.176%로 상단이 7%대를 넘어선 상태다. 주담대 변동금리도 4.40~6.848%를 기록하고 있다. 신용대출 금리도 금융채 6개월물 기준이 4.92~6.59%, 전세자금 대출 금리도 4.34~6.60%로 각각 상단이 7%에 가까워졌다.
<한겨레>가 시중은행과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9억원대 서울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지난해 7월 3억6천만원의 주담대를 받은 ㄱ씨는 애초 금리가 2.50%였으나 연내 최대 8%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 월 원리금은 142만2435원에서 264만1552원으로 121만9117원 급증한다. 주담대는 원리금균등분할상환 방식이 많아 월 부담액을 원리금 기준으로 계산했다.
지난해 7월 신용대출 1억원을 받은 ㄴ씨의 경우에는 금리 수준이 2.90%에서 올해 연말 10% 안팎까지 치솟을 수 있다. 월 이자액은 24만1667원에서 83만3333원으로 59만1667원 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서울의 5억4500만원 전세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 4억3천만원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ㄷ씨도 애초 금리가 2.46%였으나, 올 연말엔 최대 8%까지 올라갈 수 있다. 월 이자액만 88만1500원에서 286만6667원으로 198만5168원 증가한다.
전체 가계부채는 올해 2분기 기준 1869조4천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1600조6천억원)보다 268조8천억원(16.8%) 불어난 상태다.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채 부실이 큰 문제로 부상할 수 있다. 한은은 이미 38만여 가구는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쏟아 붓고 있으며, 보유 자산을 다 팔아도 대출을 완전히 갚을 수 없는 상태로 파악하고 있다. 최근 한은이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부채 고위험 가구는 38만1천가구로, 전체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3.2%를 차지했다. 고위험 가구는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40%를 넘어서고,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 상환도 어려운 계층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 결정 뒤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면 연간 이자 부담이 가계와 기업을 합쳐 약 12조2천억원(가계 6조5천억원, 기업 5조7천억원) 늘어날 수 있다”며 “다중채무자·저소득자·저신용자 등 취약계층과 1∼2%대 금리가 10년 갈 줄 알고 많은 빚을 내 부동산을 산 젊은 신혼가구 등의 고통이 커진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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